尹대통령, 통일부 통해 대북 실무접촉 의사…北, 당장은 '독자대응' 분위기

상황 심각해져도 중국이나 국제사회에 먼저 지원 요청에 '무게'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배영경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이에 호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북한에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감염 의심자가 폭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대북 지원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용산 대통령실 기자실을 찾아 통일부를 통해 북한에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을 협의할 실무접촉을 제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서 "우리가 먼저 발표하고 결정할 수는 없으니 북한이 받을 준비가 돼 우리 측에 지원 요청을 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해 북한의 선(先) 요청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먼저 만남을 제안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통일부는 이와 관련, "지원방안에 대해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으나 현 단계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대북지원에 대한 방침이 구체화하면 조만간 북한에 실무접촉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의 기존 태도로 볼 때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단 북한은 자력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한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소식을 전하면서 "조선(북한)의 방역 강화에 필요한 수단이 충분히 갖춰지고 조선식의 독자적인 방역체계가 더욱 완비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코로나19 상황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있으며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접촉에서도 아직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으며, 지원 등에 대한 협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0년 여름 수해가 심했을 당시 코로나19의 유입을 우려하며 외부 지원을 허용하지 말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미 코로나19가 확산한 지금은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지원물자의 반입을 위한 국경개방이 코로나 상황에 미칠 영향도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설사 지금보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져 외부의 도움이 절실해지더라도 남측은 뒷순위일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이래 국제기구와 대북지원단체 등 국제사회는 꾸준히 북한에 관련 물자의 지원 의사를 밝혀왔다. 이에 따라 북한 스스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그동안 수용하지 않았던 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가 배정한 백신도 대기 중으로, 백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 물량부터 받아 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남측보다는 우방인 중국의 도움을 받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이날 "북한과 방역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요구에 입각해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대북 지원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무엇보다 북한은 최근 남측의 직접 지원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정은은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방역협력, 인도주의 협력 등을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규정한 바 있다.

다만 국제사회의 대북 코로나19 물자 지원이 본격화한다면 남측도 우회적으로 국제기구에 기여금을 내는 방식 등으로 간접적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북한과의 접촉이 용이치 않을 것이며 선뜻 응하려는 지도 의문"이라며 코백스를 통한 간접적인 지원 방식을 제안했다.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