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손자는 왕실 뛰쳐나가 "인종차별" 폭로…차남은 성폭행 피소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96세 일기로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절제된 언행과 근면성실한 이미지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지만 그의 재위 기간에 왕실의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왕실이 관련된 여러 스캔들 가운데서도 국왕의 자리를 이어받은 엘리자베스 2세의 장남 찰스 3세가 왕세자 시절 다이애나와 이혼하고 이듬해 다이애나비가 급작스럽게 사망한 사건은 세계인의 뇌리에 충격적인 일로 각인돼 있다.

1981년 결혼한 이들은 별거 등으로 불화설이 끊이지 않다가 1996년 이혼했다. 영국 대중은 두 사람의 사이가 나빠진 결정적인 이유가 찰스 3세와 유부녀였던 커밀라 파커 볼스의 불륜 때문이었다고 생각했고 이 때문에 다이애나비를 동정하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왕실을 떠난 후에도 격의 없는 행동과 적극적인 자선단체 활동으로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던 다이애나는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여론은 다이애나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에도 냉담한 태도를 보인 영국 왕실을 곱지 않게 봤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사이의 두 아들 가운데 윌리엄 왕세손(39)은 부인 케이트 미들턴(40)과 순탄한 왕실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해리 왕자(38)는 2020년 1월 왕실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하고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41)과 결혼한 해리 왕자는 다른 왕실 구성원과의 갈등설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작년 3월 그와 메건 마클이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인터뷰를 하면서 제기한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 의혹은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혼혈인 메건 마클과 사이에 낳은 아들의 어두운 피부색을 영국 왕실이 우려해 왕족으로 받아들이길 원하지 않았다는 발언이었다. 그는 이후에도 매체를 통해 왕실의 지나친 통제 등을 주장하며 왕실과 대립각을 세웠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 앤드루(62) 왕자의 성폭행 의혹 피소 사건도 왕실의 입지를 흔든 사안이었다.

그는 2001년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당시 17세 미성년자였던 미국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그는 올해 2월 거액의 합의금을 주고 사건을 마무리했지만 '전하'라는 호칭까지 박탈당했다. 그를 둘러싼 의혹이 왕실의 입지를 실추시킨 탓에 그는 왕실의 공식적인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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