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들, 엘리자베스 2세 썼던 106캐럿 다이아 왕관 반환 주장 목소리 거세

[영국]

“약탈로부터 부 창출한 영국이 훔친 것”

왕실 “빼앗긴게 아니라 선물했다” 주장

대영제국을 70년 이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난 8일 세상을 떴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얼마 안돼 인도 트위터에 코이누르(Kohinoor)란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고 시사주간 타임이 다음날 전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보석 가운데 하나다. 엘리자베스 2세의 어머니인데 이름이 같아 구분하기 쉽게 불린 퀸 마더(Queen Mother)가 썼던 왕관에 박힌 2800개의 보석 가운데 하나다.

106캐럿짜리 ‘코이누르’가 장식된 왕관은 역대 왕비들이 써 왔고, 엘리자베스 왕비가 사망한 2002년 이후에는 런던탑에 전시되고 있다.

영국이 빼앗아간 방식 때문에 인도에서는 악명이 높다. 처음 원석으로 채굴된 것은 12~14세기 카카티얀 왕조 때 지금의 안드라 프라데시주에서였다. 잘리지 않았을 때는 무려 793캐럿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유권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6세기 무굴 제국의 것으로 나온다. 그 뒤 페르시아 제국, 아프가니스탄이 차지했다. 시크 대왕(Maharajah) 란짓 싱이 아프간 지도자 샤 슈자 두라니로부터 받아내 인도로 가져왔다.

그 뒤 펀잡 병합 과정에 영국 손에 들어갔다. 동인도회사가 1840년대 말 손에 넣었는데 열 살 밖에 안된 대왕 던집 싱에게 토지와 재산을 포기하도록 강요한 결과였다. 동인도회사는 빅토리아 여왕에게 공물로 바쳤다. 그후 보석을 다시 다시 잘라 알렉산드라 왕비, 메리 왕비의 왕관에 자리한 뒤 1937년 퀸 마더의 왕관에 자리했다.

퀸 마더는 1953년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 때도 이 보석이 박힌 왕관을 쓰고 딸의 즉위를 지켜봤다. 코이누르는 그 때 이후 영국 왕실의 보석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인도는 물론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정부가 모두 이 다이아몬드 주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인도인들은 여왕이 서거하자마자 “죽음과 기아, 약탈로부터 부를 창출한 영국이 훔친 것”이라며 반환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도 사람들이 다이아몬드를 돌려달라고 처음 나선 것은 아니다. 1947년 독립하자마자 정부는 요구했다. 엘리자베스 2세가 즉위한 해에도 요구했다. 하지만 영국은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귀를 닫아버렸다. 인도 정부도 지난 2016년 ‘코이누르’는 도난당하거나 강제로 빼앗긴 것이 아니고 인도가 영국에 선물한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으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롤 계기로 또다시 반환 주장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선 “영국 왕실에서 사용된 코이누르 등 진귀한 보석 대부분이 과거 영국의 식민지에서 발견된 것으로, 약탈과 야만의 역사를 상징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영국이 보석을 돌려줄 가능성은 극히 적다.

인도계 영국 작가이며 정치평론가인 사우라브 덧은 “적어도 차기 국왕 찰스 3세가 코이누르 다이아몬드의 ‘흑역사’라도 인정하고 다음 세대에서라도 돌려줄 수 있는 밑바탕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이누르’는
페르시아어로 ‘빛의 산’이라는 뜻이다. 이 다이아몬드는 “남성이 소유하면 저주를 받는다”는 전설이 있어 역대 여왕과 왕비가 소유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