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의원 공개 퇴진 언급 처음…與의원, 이재명 대표에 "당 뜻과 다르면 제명하라"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한주홍 박형빈 기자 = 야당의 현역 국회의원이 공개 석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중도 퇴진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 여권은 11일 "헌정 질서 파괴 망언"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난 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에서 "우리가 함께 행동해 윤석열 정부가 끝까지 5년을 채우지 못하게 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빨리 퇴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여러분이 뽑은 대통령을 여러분이 다시 물러나게 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진정한 국민주권 실현"이라며 "결국 여러분의 거대한 물결에 정치권이 합류할 것"이라고 윤 대통령의 퇴진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우리 헌정질서는 대통령답지 못한 사람을 결국 국민이 바꿀 수 있게 열어두고 있다"고 탄핵을 시사하는 글을 올렸다.

그동안 박찬대 최고위원이 "(윤 대통령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는 등 민주당 일각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연상케 하는 발언이 나온 적은 있지만, 현역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윤 대통령에 대해 '퇴진'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권은 김 의원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거세게 반발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백주대낮에 헌법기관인 의원이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출범 5개월 된 신정부를 끌어내리겠단 거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이건 헌정 질서 파괴 망언"이라며 "어떻게 국회의원이나 된 사람이 그런 망발, 망언을 입에 담을 수 있나"라고 거듭 질타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공당의 국회의원이 사회혼란을 획책해 정권퇴진, 정권전복을 선동하는 망발을 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며 "민주당 지도부는 김 의원 발언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의 준엄한 명령으로 정권이 교체된 지 불과 5개월이다. 민주당의 모든 망상적 정쟁이 무엇을 얻기 위함인지 실체를 드러냈다"며 민주당을 향해 "망언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의원들도 SNS를 통해 가세했다.

박대출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국민이 준 5년을 감히 빼앗겠다고 한다. '탄핵 중독'이 중증이다. 용납 못할 대선 불복 망언이자 제2의 탄핵 선동"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향해 "당 대표 뜻과 다르면 김 의원을 제명하라"고 했다.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명백한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이라며 "대선불복, 정권퇴진 운동이 민주당 당론인가. 그렇지 않다면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로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CBS 라디오에 출연, "헌정 질서를 흔들겠다는 얘기"라며 "민주주의 질서를 흔들겠다는 뜻으로 저희는 읽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오후 브리핑에서 "아침에 윤 대통령이 야당의 주장에 대해 '현명한 국민들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지금 야당의 주장에 대해 그 말로 갈음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ge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