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윤 정서' 자극하는 劉에…윤상현 "가관" 김기현 "트러블"

권성동 "당권투쟁 아닌 국감 매진할 때" 나경원도 '자중' 촉구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이슬기 안채원 기자 =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둘러싼 잠재적 주자들 간 초반 탐색전에서 유승민 전 의원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유 전 의원이 최근 부쩍 수위 높은 표현으로 여권 주류와 각을 세우면서 경쟁 구도를 달아오르게 한다는 해석도 있다.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유 전 의원이 중도층 지지를 앞세워 '대안론'에 앞장서는 데 대한 견제 심리가 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글을 올린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향해 "천박한 발언"이라고 직격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최근 TK 지역의 당대표 적합도 1위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자신을 둘러싼 '역선택 논란'을 적극 반박하고 나섰던 유 전 의원이 당내 주류 세력을 상대로 날을 세우며 차별화에 본격 돌입했다는 신호로 여겨졌다.

정 위원장을 정조준한 유 전 의원의 발언에 윤상현 의원은 "그야말로 가관"이라며 직격했다.

당권 도전 의사가 있는 윤 의원은 특히 "누가 보면 야당 강경파 정치인", "당원들이 유 전 의원의 그런 정치에 실망하여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탈락시킨 것 아니냐"라며 유 전 의원의 아픈 지점을 파고들었다.

'윤석열 정부 성공'을 기치로 내걸어 당심(黨心)을 공략하려는 다른 주자들 사이에선 유 전 의원의 행보에 일부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김기현 의원은 12일 오전 BBS 라디오에 출연해 그러면서 "이제 윤석열 정부의 출범 초기 아닌가"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운다거나, 또 윤석열 대통령과 계속해서 트러블을 만든다거나 해서 과연 당이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대 주자 측 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유 전 의원은 요새 민주당과 궤를 같이하는 사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다만 이른바 친윤계가 곧바로 유 전 의원에 대한 비토 목소리로 단일 전선을 형성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괜히 몸값만 높여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도 읽힌다.

대신 전대 조기 가열 국면에서 한 발 떨어져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도 나온다.

당권 도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권성동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유 전 의원 발언 등에 대한 직접 평가는 삼가면서도 "지금은 당권투쟁을 할 때가 아니라 당이 어떻게든 단합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감 준비에 매진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을 비롯해 그와 공개 설전을 벌이는 주자들을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의원은 이어 SNS에 글을 올려 "지금은 당권을 놓고 언론 주목을 받을 때가 아니다. 당권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에 서보려고 서로에게 견제구를 날릴 때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 역시 통화에서 당권 구도와 관련한 질문에 "전체적인 분위기를 속단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말을 아끼는 한편 다른 주자들에게도 '자중'을 촉구했다.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