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가 ‘퍼스트레이디’ 역할의 전부는 아니다”

[칠레]

취임 후 8개월 속끓이다

영부인직 개편 폭탄선언

"개인 삶 살 권리도 있어"

대통령의 배우자에게 '영부인 직'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퍼스트 레이디'가 나왔다.

남편 직업 때문에 개인이 삶이 망가져서는 안 된다며 미래 영부인들을 위한 제도 개혁까지 나선 밀레니얼 세대 인사로, 주인공은 가브리엘 보리치(36) 칠레 대통령의 여자친구인 이리나 카라마노스는 지난달 초 기자회견을 열어 영부인직을 개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 이후 8개월간 침묵하다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어 터뜨린 폭탄선언이었다.

재단 6곳 운영, 어린이 보육 네트워크, 과학 박물관, 여성개발조직 감독 등 영부인의 의무를 정부 부처들로 이전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러한 결정은 영부인도 개인으로서 자기 삶을 살 권리가 있다는 인식에서 나왔지만 단순한 의무 회피는 아니었다.

카라마노스는 개혁된 제도가 자기 임기보다 오래 지속해 미래 영부인도 부담을 떠안지 않기를 바란다는 개혁 취지를 밝혔다. 나아가 영부인 개인의 자주성에 초점을 둔 이번 개혁의 정신이 전세계 다른 영부인에게도 전파되길 기대했다.

카라마노스는 "대통령의 배우자는 배우자로서 선택된 것이지 재단의 대표로 선택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자 국민들사이에선 태도가 불손하다거나 대통령 후보의 여자친구를 애초에 포기했어야 한다는 타박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그의 '소신'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카라마노스는 '대통령 좀 돌보라'는 얘기를 들을 때면 "내가 안 돌본다고 대통령이 대통령이 안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교육학, 인류학 학위를 취득했고 4개국어에 유창한 젊은 페미니스트 활동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