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작년 7.9% 증가…2050년엔 10집 중 4집 '독거 가구'

고령화·코로나 블루·경제난, 고독사 부추길까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14일 2022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로 확인된 국내 고독사 증가 추세엔 1인 가구의 증가 속에 개인 사이의 유대감이 사라지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는 계속 늘어나는 데다 코로나19 유행 후 우울감을 느끼거나 경제적 타격을 입은 사람이 적지 않은 만큼 효과적인 대책이 없다면 고독사 증가 추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 늘어나는 나홀로 가구…독거노인도 늘어

법률상 고독사의 정의엔 '홀로 사는 사람'이라는 기준이 있는 만큼 고독사 증가는 1인 가구 증가세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혼자 생활하는 1인 가구는 716만6천 가구로 직전년보다 7.9%(52만2천 가구)나 늘었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은 2005년 20%대였지만 2019년 30%를 넘어섰고, 작년 역대 최고치인 33.4%까지 올랐다. 2050년에는 1인 가구 비중이 39.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 흐름 속에서 독거노인도 늘어 2050년엔 고령자 가구의 41.1%가 1인 가구일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개인이 느끼는 고립감은 커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작년 6∼9월 전국 19~75세 남녀 3천923명을 대상으로 한 '사회·경제적 위기와 사회통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8.5%가 '아플 때 도와줄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17년 조사 때 같은 답변을 한 83.6%보다 5.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큰돈을 빌려줄 사람이 있다'는 대답도 2017년 71.5%에서 작년 64.8%로 하락했고,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야기 나눌 사람이 있다'는 답변도 그사이 91.5%에서 89.5%로 떨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혼인·부양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면서 1인 가구가 늘고 있다"며 "가족 결속력이 떨어지고 주변 환경이 변하면서 단절이 많아진 것이 고독사가 증가하는 이유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 코로나 블루·경제 타격에 고독사 더 늘어날까 우려

코로나19 장기화도 고독사 증가세를 가속할지 우려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 수는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81만1천862명에서 작년 93만3천481명으로 15.0% 늘었다. 환자 수는 20대에서 가장 많았으며 증가 폭도 45.2%로 가장 컸다.

우울증 환자가 늘어난 것이 자살자와 고독사 사망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코로나에 지친 정신 건강을 관리할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은 사람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보사연의 '사회·경제적 위기와 사회통합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5%는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어려움으로 돈이 필요해 금융기관이나 지인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신청한 적 있다'고 답했다.

이런 응답은 40대(12.5%)와 50대(11.5%)에서, 자영업자(17.7%)와 임시·일용직 임금근로자(14.5%), 비정규직(10.6%)에서 특히 높았다.

응답자의 31.4%는 코로나19 이후 근로소득이 감소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76.6%, 임시·일용직 임금근로자 49.0%, 실업자의 39.9%, 무급가족봉사자의 36.9%, 하층 소득계층의 43.2%가 이런 답변을 했다.

◇ 해외 사례는?…日 도쿄 23구에서 연간 5천명대 고독사

이번 실태조사는 국내에서 처음 실시된 것으로, 국가 차원의 고독사 통계는 다른 나라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보다 먼저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일본의 경우에도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공식적인 고독사 관련 통계는 없고, 일부 지역만 대상으로 하거나 특정 보험 가입자만 살펴본 통계만 있다.

국토교통성이 도쿄(東京)도 핵심 23구를 대상으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연간 고독사 사망 건수는 5천513건으로, 작년 한국 전체 고독사 사망 건수를 뛰어넘는다.

노년층의 고독사 비중이 큰 것이 중년층인 50대의 비중이 가장 큰 한국과 다르다. 65세 이상의 비율이 70.1%(3천867건)에 달했다.

작년 6월 일본 소액단기보험협회가 '고독사 특약'(주로 임대 주택 소유주가 가입해 세입자 고독사 사망시 손실 보전)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고독사 통계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 통계에서도 60대와 70대(각각 20.5%), 80대(15.7%)가 50대(13.7%)보다 많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남성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서 전체의 83.1%가 남성이었다.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