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동거녀 살해 및 택시기사 강도살인 혐의 등 적용해 수사 마무리

혈흔 등서 확보한 DNA 대조 예정…검찰 "추가 범죄 유무 확인할 것"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최재훈 기자 =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 사건이 4일 검찰로 송치됐다.

동거녀의 매장된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은 더 큰 굴착기를 투입해 진행됐으나, 성과 없이 종료됐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이씨에게 강도살인 및 살인, 사체유기, 사체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동거녀와 택시 기사에 대한 '살인' 혐의가 적용됐었으나, 택시 기사를 살해할 당시 이씨의 재정 문제 등 전반적인 정황을 토대로 '강도살인' 혐의가 추가됐다.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 5년 이상의 징역의 처벌을 받을 수 있고 강도살인죄를 저지른 사람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금전을 노리고 사람의 목숨을 해친 강도살인의 죄가 훨씬 중하게 처벌받는다.

이씨는 이날 오전 9시께 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산동부경찰서 정문 앞에서 포토라인에 선 이씨는 "피해자 유가족에게 할 말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한 뒤, 이어 "무엇이 죄송하냐"는 추가 물음에는 "살인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 피해자는 없느냐"는 질문에는 "없습니다"라고 했다.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뒤 공식적으로 언론에 처음 노출된 이씨의 얼굴에 관심이 쏠렸으나, 외투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완전히 가린 상태였다.

이씨의 의사에 따라 언론에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것인데, 공개된 증명사진은 검거 당시의 나이와도 맞지 않고 후보정이 가미돼 실물과 달라 신상정보 공개의 효력이 떨어진다는 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씨는 지난해 8월 7∼8일 사이 파주시 집에서 동거하던 50대 여성을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1시께 음주운전으로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60대 택시 기사를 같은 집으로 데려 와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오랜 기간 수입도 없이 지내고 생활고를 겪던 이씨가 합의금을 줄 의사가 애초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택시 기사를 살해하고 나서 몇 시간 뒤에 바로 4천500만원의 대출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이씨는 두 건의 범행 직후 모두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대출을 받았으며, 편취액은 약 7천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자신이 재력이 있는 것처럼 주변에 얘기하고 다녔던 사실에 대해 "전부 거짓말이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뒤에도 경찰의 과학수사와 동거녀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은 계속된다.

경찰은 이씨의 파주시 집 등에서 확보된 혈흔과 머리카락 등에서 남성 1명, 여성 3명의 DNA가 나왔다는 결과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회신받았다.

특히 혈흔에서 여성 2명의 DNA가 검출돼, 경찰은 이를 토대로 DNA의 신원 대조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집을 방문한 여성들은 현재 여자친구, 잠깐 교제했던 여성, 청소도우미, 이씨의 어머니 등으로 조사됐는데, 여러 증거와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범죄 피해자가 추가로 있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다만 아직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살인사건의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려면 혈흔에서 검출된 DNA가 숨진 동거녀인 것으로 확인돼야 하는데, 유가족도 연락이 잘 닿지 않고 있어 대조군이 될 만한 DNA를 확보하기 위해 경찰은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또 전날 오후 이씨 동거녀 시신의 매장지로 추정되는 파주시 공릉천변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진행한 데 이어 이날도 수색 작업을 진행했다.

굴착기 2대, 잠수사, 수색견 등이 투입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진행된 수색 작업에서도 성과는 없었다.

이씨는 시신을 차량용 루프백에 담은 채로 유기했으며, 살해 당시 쓰인 범행 도구도 함께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동거녀 시신을 강가에 내다 버렸다고 주장했던 이씨는 경찰의 수색 개시 일주일만인 전날 돌연 "시신을 땅에 묻었다"고 진술을 바꿨다.

특히 그는 "마지막으로 이제 진실을 얘기하겠다, 경찰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얘기까지하면서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겠다고 했으나 이씨가 지목한 지점에서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면밀한 조사를 통한 추궁 끝에 피의자가 결국 시신을 파묻었다고 얘기했다"면서 "사건을 송치한 뒤에도 시신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건을 넘겨받은 고양지청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형사2부장(부장검사 정보영)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구성했고 수사팀은 6명으로 이뤄졌다"면서 "면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추가 범죄 유무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