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눕히기 기능 없애면 유지관리 비용 줄이고 경량화 가능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여객기의 이코노미 좌석에서 등받이를 뒤로 젖히는 기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9일 보도했다.

한때 대부분 항공사의 이코노미 좌석이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는 기능이 탑재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등받이 조정 버튼이 아예 없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유는 크게 유지관리 비용 절감, 좌석 경량화, 승객간 다툼 방지 등 세 가지다.

먼저 좌석에 등받이 조정 기능이 있으면 항공사로서는 고장 수리 등으로 유지관리에 비용이 더 들어간다.

또한 등받이 조정 기능을 없앤 만큼 좌석 경량화가 가능하다. 현대 항공기 좌석은 1개당 7∼10㎏인데, 무게를 줄인 만큼 연료를 아낄 수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단거리 운항이 많고 비용 절감에 주력하는 저비용항공사(LCC)를 겨냥해 등받이 조정 기능을 없앤 차세대 초경량 좌석이 시장에 진입했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등받이를 똑바로 세운 것과 뒤로 살짝 젖힌 것의 중간 정도로 고정된 이런 좌석을 '미리 젖혀진 좌석'으로 홍보해 왔다.

어떤 새로운 좌석은 등받이가 양동이 모양으로 오목하게 패도록 제작됐는데, 이는 뒷좌석 승객에게는 두 다리의 공간(레그룸)을 늘려주는 효과를 낳았다.

이후 10여 년간 좌석 제조 업체들은 혁신을 계속해서 꾀했다. 승객들이 무릎을 둘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넉넉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단거리 비행을 위한 슬림라인 좌석을 출시한 독일 항공기 좌석 업체 레카로의 마크 힐러 최고경영자(CEO)는 "항공사가 15도 또는 18도로 등받이 각도 위치를 선택할 수 있다"라며 "가장 큰 장점은 승객이 지내는 공간이 등받이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는 것과 항공사의 소유 비용을 줄인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저가 항공사뿐 아니라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풀서비스' 항공사들도 점점 등받이 조절 없는 좌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CNN은 승객간 다툼을 방지해 승무원의 고된 노동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등받이 조절 기능 없는 좌석의 가장 중요한 효과로 소개했다.

등받이를 뒤로 얼마만큼 젖히는 게 공공예절에 부합하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승객들이 등받이 문제로 심하게 다투면서 항공기가 안전을 이유로 회항하는 일이 일어나곤 한다.

CNN은 단거리 여정에서는 등받이가 없는 좌석이 앞뒤 승객과의 다툼 가능성을 없애주기에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거리 비행에서는 등받이 조정이 가능하도록 계속 유지될 것이라면서 "젖히기 전에 뒤를 확인하고 천천히 부드럽게 젖히며, 식사 시간 등 필요할 때는 승무원이 요청하기 전에 미리 등받이를 세우자"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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