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 오작동 항공 시스템 오류 운항 중단, 2만편 이상 지연·취소…"사이버 공격 증거 아직 없어"

[뉴스포커스]

유럽 일부 美행 차질, 뉴욕발 대한항공 등도 영향
전날부터 이상 조짐에 가동한 백업 시스템도 먹통 
수많은 승객 발묶여 대혼란, 바이든 "총체적 조사"

전산 시스템 마비에 따른 운항 중단 여파로 미국 전역의 공항에서 수많은 승객들의 발이 묶이는 대혼란이 벌어졌다.

미 연방항공청은 11일 오전 전산망 오작동을 이유로 모든 국내선 항공편의 운항 중단 명령을 내렸다.

연방항공청은 90분쯤 지난 이후 “항공 시스템이 점차적으로 재개되고 있다”며 운행 중단 명령을 해제한 뒤 “문제의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이른바 노탐(NOTAM)으로 불리는 연방항공청의 전산 정보 체계에서 오작동이 발생하며 불거진 것으로 파악됐다.

연방항공청은 성명에서 “일부 시스템은 복구됐지만 여전히 작동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번 사태로 미국 전역에서 21,000편 이상 비행이 지연됐다고 전했다.유럽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일부 국제선도 지연되는 등 차질을 빚었다. 뉴욕발 등 대한항공도 일부 항공편 출발이 1시간여 지연 운항됐다.

당국은 항공기 운항 전면 중단 원인이 된 전산망 문제를 하루 전에 발견하고 백업 시스템까지 가동했는데도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날인 10일 오후 3시 30분부터 연방항공청(FAA)의 노탐(NOTAM)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다. 노탐은 활주로 폐쇄나 장비 고장 등 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항공기 기장과 승무원에 발송하는 안전 시스템이다.

FAA는 처음에는 백업 시스템으로 전환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10일 저녁 내내 상황이 더 나빠졌다. 시스템은 자정 직전에 다시 가동되는 듯했으나 이후 더 악화했고, FAA는 결국 11일 오전 4시15분 시스템을 수동으로 껐다 켜는 재부팅(hard reboot)을 했다. 이후 오전 7시21분 전국에 운항 중단을 발령해 약 90분 동안 미국 전역에서 항공기가 이륙하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사이버 공격으로 판단할 근거가 없다면서도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사이버 공격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나 징후는 없지만,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전까지는 그 가능성도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도 현재까지 사이버 공격에 대한 증거는 없다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원인에 대한 총체적인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FAA 전산 체계의 노후화가 원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여행협회(FAA)는 성명을 내고 “오늘 벌어진 FAA의 재앙적인 시스템 오작동은 미국의 교통망이 중대한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는 명확한 사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