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응스님 등에 조사 출석 요구…임회 중 폭행 사건도 발생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통도사·송광사와 함께 삼보 사찰로 꼽히는 해인사가 주지 스님을 둘러싼 추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내홍을 겪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조사·징계 절차에 함께 착수했으나 논란의 당사자는 대면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어 향후 드러날 진상이 주목된다.

조계종은 18일 해인사 주지인 현응 스님의 계율 위반 의혹과 관련, "우리 종단은 종헌·종법 적용 판단 및 종단 조치를 위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으며, 호법부가 1월 12일 관련 당사자에 등원을 통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대변인인 성화 스님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전한 뒤 현응 스님에 관한 징계를 다루는 "중앙징계위원회를 소집해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계종은 현응 스님 등 범계(犯戒·계율을 어김) 행위자로 지목된 복수의 승려들에 대해 호법부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으나, 이들은 출석 요구에 아직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은 "해인사 주지의 범계 등 불미스러운 논란에 대해 국민과 사부대중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조사 과정을 통해 범계 사항이 확인되면 종단 내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응 스님은 총무원 교육원장 시절 여성을 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현응 스님에 관한 추문 및 해인사 차기 주지 선정 절차에 우려를 지닌 승려 등으로 구성된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현응 스님이 "모 비구니 스님과 속복 착용으로 여법(如法·법과 이치에 합당함)하지 못한 장소에서 노출되는 등 문제가 확산하자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한 가운데 현응 스님은 종단에 사의를 표명하고 해인사 총무국장인 진각 스님에게 당분간 직무를 대신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 현응 스님의 주지 임기는 올해 8월까지다.

연합뉴스는 일련의 의혹에 관한 현응 스님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후임 주지를 추천하기 위해 지난 16일 해인사에서 해인총림 임회가 열렸는데 이 과정에서 관계자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날 임회는 해인총림 방장인 원각 스님이 원타 스님을 차기 주지로 추천했으나 조계종이 임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려하자, 절차적 미비를 해소하기 위해 연 것이다.

조계종은 현응 스님을 둘러싼 의혹을 조사하기로 함에 따라 그가 제출한 사표 처리를 보류하기로 했다.

해인총림은 원타 스님을 차기 주지로 추천하는 서류를 17일 다시 조계종에 제출했으나 현직 주지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아 차기 주지 결정 절차도 중단됐다.

조계종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소문만 무성하므로 조사해서 범계 행위가 드러나면 징계할 계획"이며 "(임회 때 발생한) 폭행도 강력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인총림은 임회에서 현응 스님에 대해 '산문출송'(山門黜送)을 결정했다.

산문출송은 승려가 계율을 위반했을 때 절에서 내쫓는 것이다. 일종의 관습법적인 조치이며 종헌이나 종법에 따른 정식 절차가 아니어서 종단 전체에 대한 효력은 없다.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