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부터 '시계표창' 활발…걸그룹 모란봉악단도 받아

시계 자체생산 어렵고 품질 떨어져 '수입산' 선호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3대 세습을 이어가는 북한 최고지도자들은 간부와 주민의 충성을 얻어내기 위해 어떤 '당근'을 쓸까.

새해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래세대'를 상징하는 조선소년단에 한 선물을 살펴보면 어떤 품목이 북한 사회에서 인기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당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조선소년단 제9차 대회 대표들에게 일제 세이코 손목시계를 선물했다.

해당 모델은 국내 기준 5만∼10만 원 사이에 팔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가 금지하는 고가의 사치품은 아니지만, 북한 보도를 보면 반향은 꽤 컸던 것으로 보인다.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6일 기사에서 한 소년단대회 참가자가 "손목시계를 받아안고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시계 초침소리를 잠자리에서도 간직하고 싶어 머리맡에 벗어놓았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2021년 10월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 국방발전전람회 때도 국방력 강화 공헌자에게 김일성 주석 이름이 새겨진 시계 표창을 수여하며 군 사기를 끌어 올렸다.

2014년에는 북한판 걸그룹인 모란봉악단 예술인과 마식령스키장 건설 공로자들에게도 시계 표창을 줬다.

이처럼 북한 최고지도자들이 시계를 '하사품'으로 활용한 건 김일성 주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주석은 6·25전쟁의 상흔이 채 지워지지 않았던 1960년대에도 고위층 간부들에게 스위스제 롤렉스나 금으로 된 오메가 시계를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에도 이런 관행을 유지했는데, 스위스시계산업연합에 따르면 북한은 1995년부터 10년 동안 스위스 명품시계 2천400만 달러 어치(당시 환율로 약 248억원)를 수입했다.

24일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공개한 '통일화보 6호'를 보면 북한 만수대예술단 단장을 지낸 인민배우 박영순은 케이스에 김정일 친필을 담은 오메가 시계를 받기도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06년 채택한 결의 1718호 8항에서 대북 '사치품' 금수 조치를 규정한 이래 북한의 고급 시계 수입길은 막혀있지만, 오늘날에도 중국·러시아 등과의 밀수를 통해 하사용 시계를 지속해서 확보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탈북민은 연합뉴스에 "시간을 확인하는 건 모두에게 필요한 일인데 북한에서는 시계 자체 생산이 많지 않고 품질도 떨어져 수입산 시계는 매우 귀한 물건"이라며 "게다가 손목시계는 항상 몸에 차고 다닐 수 있어 하사한 지도자의 은덕을 느낄 수 있어 하사품으로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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