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질조사국, 레이더·위성 이미지 토대로 지형 분석

현지 산맥 따라 지표면에 서울∼부산보다 긴 파열 형성

"아나톨리아·아라비아·아프리카판 '삼중점'에서 지진 발생"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전명훈 기자 =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으로 47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단층 파열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레이더·위성 데이터 등을 토대로 '단층 파열' 발생 지역을 분석, 이를 75만:1 축척으로 시각화한 지리정보시스템(GIS) 지도에 표시해 13∼14일(현지시간) 순차적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단층 파열은 지진의 단층 운동으로 단층이 지표면에 드러나는 현상이다. 통상 규모 6.0 이상의 강력한 지진에서 나타난다.

USGS의 분석에 따르면 튀르키예 서부 안타키야 중심부부터 아드야만 북부까지 현지 산맥 지대를 따라 이런 파열이 발생했다.

USGS가 14일 업데이트한 최신 자료를 보면 파열 길이는 약 320㎞에 걸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카흐라만마라슈 북부에도 약 150㎞에 걸친 것으로 추정되는 파열이 발생했다고 USGS는 밝혔다.

이를 합치면 한국의 서울과 부산을 잇는 총연장 416㎞의 경부고속도로 길이보다 수십㎞ 더 긴 셈이다.

실제 지진 피해 지역에서는 농지나 도로였던 곳이 지진 이후 협곡으로 뒤바뀌어버린 모습이 관찰된다.

튀르키예 남동부 하타이주(州) 알트뇌쥐 마을의 올리브 과수원도 땅이 갈라지면서 길이 약 300m, 폭 50m의 골짜기로 변했다. 깊이는 최대 40m다.

인근 주민 이르판 악수는 지진 당시 "믿을 수 없는 소리가 났다"며 "잠에서 깨어나보니 동네가 전쟁터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고 튀르키예 뉴스통신사 DHA가 전했다.

파열이 발생한 구간은 모두 6일 오전 4시17분 발생한 지진으로 심각한 피해를 본 곳들이다. 지도에 표시된 파열 지역은 규모 7.8의 강진과 그 이후 100여 차례 이어진 여진의 진앙과 거의 일치한다.

이번 단층 파열은 경계선 양쪽에서 지각이 각각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경계선 한쪽에서만 크게 움직여 형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 6일 시작된 지진은 지각이 수평으로 움직이는 주향이동 단층운동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USGS는 설명했다. 단층의 주향이동은 경계선을 기준으로 양쪽 지각이 엇갈린 방향으로 수평 이동하는 지각운동을 일컫는다.

USGS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7.8 규모의 지진은 길이 190㎞, 폭 25㎞ 정도의 단층 파열을 야기한다.

이번 강진은 통상적인 경우보다 두 배 이상으로 훨씬 더 크고 가시적인 피해를 지표면에 남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USGS는 "이번 지진 발생지는 아나톨리아판, 아라비아판, 아프리카판 등 지각판이 만나는 '삼중점'(triple junction)에 인접해 있다"며 동아나톨리아 단층대의 지표면 아래 얕은 곳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USGS는 이런 분석 내용에 대해 "(균열 지역 일부는) 레이더 이미지를 토대로 (대략적인 위치를) 단순화해 표현됐다"며 추후 더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6일 튀르키예 남부·시리아 북서부를 강타한 규모 7.8, 7.5 연쇄 강진과 그 여진으로 14일 현재까지 약 3만5천5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다.

튀르키예 측 사망자만 3만5천418명에 달하고, 인접국 시리아에서도 반군 지역과 정부 통제 지역을 통틀어 5천800여명에 이른다. 양국을 합친 희생자 수는 4만1천명을 넘어섰다.

이날까지도 구조 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망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dk@yna.co.kr, 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