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어 입력, 손쉽게 제작…"가짜 정보 확산 무기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허리춤이 강조된 흰색 롱패딩을 입고 바티칸시국의 성 베드로 광장을 산책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돼 조회수 수백만 건을 기록했다.

기존과 확연히 다른 '패션 센스'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교황이 스타일리스트를 새로 고용했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 이 사진은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로 만든 가짜로 판명됐다고 미국 CNBC, CNN 방송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이미지는 언뜻 보기에는 실제 교황의 모습이라고 믿을 만큼 자연스럽지만, 자세히 보면 물통을 든 교황의 오른쪽 손 형태가 뭉개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AI 생성 사진에서 관찰되는 흔적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이런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듯 해당 사진에 등장한 인물이 실제 프란치스코 교황이라고 믿었다.

모델이자 작가인 트위터 이용자 크리시 타이겐은 "교황의 패딩이 진짜라고 생각해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CNN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의 의복은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런 조작된 사진이 가톨릭에 대한 불신과 공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이와 유사한 해프닝이 자주 문제를 빚고 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검찰에 체포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직후 그가 수갑을 차고 연행되는 모습의 가짜 사진이 유포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작년 3월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군대에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라고 말하는 딥페이크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이 영상은 조악하게 만들어진 완성도로 인해 금세 가짜인 것이 탄로 났지만,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조작 사진과 영상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드저니 등 이미지 생성 AI를 이용하면 전문적 교육 없이도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해 손쉽게 진짜 같은 합성 이미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AI 전문가 헨리 아이더는 최근 영국 일간지 '아이'(I)와의 인터뷰에서 "사진이 진짜인지 만들어진 것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이미 매우 어렵다"며 "가짜정보를 퍼뜨리려는 배우들과 기관들이 이러한 도구를 무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di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