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강래구, 정치적 동지라 앞장설 것…돈 좋아하는 애"

이성만 금품수수 의심 정황도…노영민·노웅래 등 줄줄이 수사선상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조다운 기자 = 이정근(구속기소)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에서 시작된 수사가 확산일로다.

이씨가 기소됐던 지난해 말만해도 당내 인맥을 과시해 로비자금 명목의 돈을 챙긴 '정치 브로커 비리' 사건이라는 추측이 많았지만 돈봉투 의혹이 드러나면서 신빙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검찰은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강래구(58) 씨는 300만원의 뇌물 혐의를 추가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서 검찰은 강씨의 뇌물 혐의를 중요한 구속 사유로 제시했다.

강씨의 뇌물 혐의와 관련된 배경 사실은 앞서 10억원의 금품 수수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은 이씨의 1심 판결문에 상세히 나온다.

이씨는 2020년 7월 사업가 박씨에게 수자원공사의 태양광발전 설비 납품 관련 청탁을 받았고, 그해 9월 경기도 과천 수자원공사 집무실에서 강씨와 박씨의 만남이 성사됐다.

판결문에는 이씨가 청탁하는 박씨에게 "이성만(의원)이나 강래구 감사나 나하곤 다 정치적인 동지들이기 때문에 앞장서서 다 해줄 거야", "걔(강래구)는 확실하게 밀어주고 확실하게 챙기고. 그런 건 있어"라고 말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또 이씨는 "수자원공사 걔(강래구)는 그런 걸 좋아하는 애라 그랬잖아"라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박씨는 "'강씨가 돈을 좋아한다'는 취지"라고 증언했다.

강씨를 주선해주는 등의 대가로 이씨가 박씨에게 1천500만원을 받았고, 이후 2020년 9월 이씨가 두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 동석해 박씨에게 받은 300만원을 강씨에게 건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판결문에는 돈봉투 사건의 다른 피의자인 이성만 의원의 이름도 다수 등장한다.

2020년 7월 이씨는 박씨에게 한국남동발전에 수력발전 설비 납품을 청탁받았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이던 이 의원의 도움을 받아 박씨가 남동발전 사장을 만나게 해줬다.

이씨는 이후 박씨에게 "이성만 의원 있잖아. 내가 100만원 보냈어. 나 오빠(박씨)한테 지금 3천만원 받아서 막 쓰고 있어. 이성만 위원장이 골프를 좋아해. 그날 내가 바로 100만원 후원금으로 보내줬지"라고 말한다.

이씨는 2021년 10월에는 박씨가 한국남동발전 차장 A씨의 승진 인사 청탁을 하자 "이성만 의원을 통해 해결해보겠다"고 하고 500만원을 챙겼다.

이후 이씨가 박씨에게 A씨를 '그 여자애'라고 칭하며 "이성만 의원이 소장하고 직접 통화해 얘기했어"라고 말하는 대목도 등장한다.

그해 11월 이씨는 박씨의 한국동서발전 내부 인사 청탁에 "이 의원을 통해 한국동서발전 사장에게 청탁해 주겠으니 이 의원에게 줄 돈 5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금 달라"고 요구해 계좌로 입금받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이씨 발언 속에 이 의원이 청탁과 함께 현금을 받았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 만큼, 향후 검찰이 관련 혐의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씨의 개인비리로 보였던 사건은 민주당 인사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돈봉투 사건으로는 윤관석 의원뿐만 아니라 금품 살포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까지 사실상 수사선상에 오른 상황이다. 이씨는 2019년부터 박씨에게 "나는 유력 정치인 송영길 의원의 측근이다. 송영길이 곧 당의 주도적 위치로 갈 것이다"고 말해왔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정근 낙하산 취업 개입), 노웅래 의원(불법 정치자금 수수), 이학영 의원(취업 청탁)도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야당 전반으로 번지는 이번 수사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실체 규명을 위한 수사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o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