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 7번째 美 의회 연설·영어로는 5번째, 500여석 메운 의원들 "기념비적 순간" 

[뉴스포커스 / 尹 대통령 美 상·하원합동 연설 현장]

尹 본회의장 입장시 4분간 기립박수 '예우' 
"다행히 의회엔 BTS보다 제가 먼저" 조크
연설 중 '자유' 46차례 언급, '미국' 32회

"BTS가 저보다 백악관을 먼저 갔지만, 여기 미 의회에는 다행스럽게도 제가 먼저 왔네요."
연보라색 넥타이와 행커치프를 착용한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영어 연설에서 이같이 말하자 500여명이 꽉 찬 장내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사전 배포된 연설문에는 없었던 대목으로 일종의 '애드리브'였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제 이름은 모르셨어도 BTS와 블랙핑크는 알고 계셨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날 44분간 진행된 연설 도중에는 기립박수 26번을 포함해 총 56번의 박수가 나왔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 의회 연설에 나선 것은 이번이 7번째다. 앞서 이승만(1954년)·노태우(1989년)·김영삼(1995년)·김대중(1998년)·이명박(2011년)·박근혜(2013년) 당시 대통령이 연설에 나섰다. 역대 대통령 중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국어로 연설했고 이승만·노태우·김대중·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어로 연설했으며 윤 대통령이 5번째다. 의원들은 '국빈'으로 방문한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마자 4분간 기립해 박수를 보내며 예우를 표했다.

"영화 '탑건' 굉장히 좋아해"

윤 대통령은 올해 70주년을 맞이한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부각하며 미국에서도 사랑받는 K 콘텐츠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문화 콘텐츠는 양국 국민이 국적과 언어의 차이를 넘어 더욱 깊은 이해와 우정을 쌓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며 미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한국 영화 '미나리'와 '기생충'을 그 사례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탑건·어벤져스와 같은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에서 사랑을 받았다"며 "저 또한 탑건 매버릭과 미션 임파서블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서 희생 미군들에 경의"

윤 대통령은 6·25 전쟁을 언급하며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의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치른 희생은 매우 컸다”며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직접 이 자리에 참석한 6·25 전쟁 영웅 고(故) 윌리엄 웨버 미국 예비역 육군 대령의 손녀를 소개하자, 자리에 앉아있던 상·하원 의원들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함께 박수를 치는 김건희 여사의 모습도 보였다.

특히 윤 대통령이 “자유를 지켜낸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인류의 자유를 위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하자 의원들은 함성을 질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 중 ‘자유’라는 단어를 46회 언급했다. 미국 32회, 대한민국 27회보다 더 많았다.

"한국계 의원, 한미 동맹 증인"

또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진출하기 시작한 한인들은 그동안 미국 사회 각계에 진출해 한미 우호 협력을 증진하고, 동맹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한국계 미국 의원들을 거명하기도 했다.

영 김·앤디 김·메릴린 스트릭랜드(한국명 순자)·미셸 박 스틸 의원을 향해 "세대를 이어온 한미 동맹의 증인"이라고 하자,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공화당 각 두분씩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우크라 무력공격 강력 규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하자 의원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은 자유민주주의 위협인 만큼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연대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연설에 의원들은 다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의원들은 이날 연설이 한미동맹의 성공적 역사를 축하하고, 앞으로 나아갈 비전을 보여주는 기념비적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관계기사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