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 '댈러스 총기 난사' 한인 일가족 안타까운 사연

어릴 때 이주 '아메리칸드림' 부부…남편은 이민 변호사, 아내는 치과 의사
3살 둘째 아들과 함께 사망, 6세 큰 아들은 총상 입원 "엄마가 꼭 안아 생존"

사건 발생 바로 전 함께 모임 가진 지인 "5분만 더 있게 붙잡았더라면" 오열
'고펀드미'후원 모금 사이트 개설, 5만달러 목표 5시간만에 52만달러 모아져

텍사스주 댈러스 아웃렛 총기 난사사건에 희생된 한인 일가족 사연이 미국 언론으로도 빠르게 확산되며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단란했던 4인 가족 중 혼자 살아남게 된 6세 아들도 총상을 입고 수술을 마친 후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후원 사이트 ‘고펀드미’에는 6일 아웃렛 총기난사사건으로 희생된 가족의 사연과 이름이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이들은 조규성(규 조·38) 씨와 강신영(신디 강·36) 씨, 둘째 아들 제임스 조(3)로 첫째 아들인 윌리엄 조(6)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나와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가족은 최근 조 군의 6번째 생일을 맞아 선물로 받은 옷 사이즈를 바꾸러 아웃렛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교회 봉사 열심, 착한 성품"

남편 조씨는 이민법 전문 변호사로, 강씨는 치과의사로 현지에서 자리 잡아 좋은 평판을 받았고, 한인 교회를 다니며 봉사활동 등 주변 한인들을 돕는 각종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한인 매체 관계자는 "부부 모두 착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다"며 "현지 지인들 모두 큰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치과의사인 강 씨의 치과대학 한  동기는 페이스북에 “가족과 친한 다른 치과대학 동기가 고펀드미에 사연을 올렸다”며 “신디는  내가 만난 누구보다도 가장 친절하고  가장 행복했으며 가장 진정성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몸으로 총격을 막고 희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악마가 6세 아이의 가족을 빼앗아갔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현장을 목격한 스티븐 스페인하워 씨는 CNN 등에 죽은 엄마에게 깔려 있다 살아 있는 어린 남자 아이를 꺼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5세 정도로 보이는 아이였고 엄마가 아이를 보호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가 찾은 아이가 조 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류사회도 애도 기부 행렬

이같은 소식이 미 주류 언론으로도 확산되면서 고펀드미에서는 조 씨 가족을 위한 기부 행렬과 애도가 이어졌다. 미 동부시간으로 오후 6시 현재 10만 여 명 이상이 참여해 원래 목표금이던 50만 달러를 훌쩍 넘긴 약 58만 달러(7억 6700만 원) 이상이 모아지고 있다. 

고펀드미에 사연을 올린 지인은 "지난주 토요일 이들 일가족은 나흘전 큰 아들 윌리엄이 생일 선물로 받은 옷을 다른 사이즈로 교환하기 위해 아웃렛을 찾았다"며 "빛과 사랑, 축복으로 가득해야 할 그날 오후가, 8명의 희생자를 남긴 총기 난사 학살로 한순간에 끝나버렸다"고 애통해했다. 그는 "부부와 3살난 작은 아들 제임스는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에 포함됐고, 가족은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고 전하고 "6살 아들 윌리엄은 이 끔찍한 사건에서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고 했다.

현지 한인들에 따르면 숨진 조씨·강씨 부부는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한국어를 더 편하게 쓴 것으로 전해졌다.

6세 큰아들 정신적 큰 충격

남편 조씨의 변호사 사무실 사이트 소개란을 보면 "한국에서 태어나 댈러스에서 자란 이민자로서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깊은 자부심과 존경심,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이민법은 가장 열정을 가진 분야로, 1990년대 초 이민자로 살았던 저의 경험을 폭넓은 법률 지식과 결합해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도우려고 노력한다"고 돼 있다. 또 "여가 시간에는 교회 활동에 참여하고, 두 아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긴다"고 소개했다.

이번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큰아들은 어깨에 총상을 입었고 수술 후 몸 상태는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정신적으로 큰 충격에 빠진 상태로 전해졌다.

피해자 지인의 전언에 따르면 사건 당일 이 가족은 다른 지인의 생일파티에 갔다가 모임이 끝난 뒤 쇼핑몰에 들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던 지인이 "(이 가족이) 5분만 더 있게 잡았더라면"이라며 애통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증오범죄 가능성 수사

피해자 가족의 장례식 절차나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댈러스 한인회는 이날 애도 성명을 내고 "우리 동포사회의 일원으로 좋은 평판을 받으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던 아름다운 한인 가족의 사망 소식은 너무나도 안타깝고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슬픔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은 한인 일가족을 포함 총 7명을 살해하고 자신은 현장에서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범행 동기를 수사 중인 경찰은 총격범이 온라인상에 올린 게시물 등을 토대로 극단적인 인종주의에 기반한 증오범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관계기사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