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사과문 10개월 뒤 '노무현재단 계좌추적' 또 의혹 제기

법원 "대중에 영향 매우 커 피해자 고통 가중…심히 경솔"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이른바 '노무현재단 계좌 추적' 의혹을 제기한 황희석(56)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황 최고위원의 발언을 두고 "피해자의 사회적 성과를 매우 저하시키는,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이라고 꾸짖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신서원 판사는 2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황 전 최고위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신 판사는 "직업이나 지위 등에 비춰 피고인의 발언이 대중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발언으로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추가되거나 가중됐을 것"이라면서도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황 전 최고위원은 2021년 11월 TBS 유튜브 채널 '국회 앞 유정다방'에 출연해 "(검찰이) 2019년 9∼10월 노무현재단 계좌 추적으로 거래내역을 다 열어봤다. 그 과정에서 신라젠을 통해 유시민 전 재단 이사장을 잡으려고 채널A 기자와 정보를 공유해 소위 검언유착했다"고 주장했다.

2019년 당시 한 장관은 전국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다. 그는 노무현재단이나 유 전 이사장의 계좌를 추적한 적이 없다며 2021년 12월 황 전 최고위원을 경찰에 고소했다.

황 전 최고위원은 재판에서 "발언 내용이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이었고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으며 비방 목적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신 판사는 "발언 내용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구체적 사실을 포함하고 있고 (한 장관이) 계좌 거래내역을 들여다봤다는 부분에 대해 단정적 표현을 하거나 당연한 전제 사실인 듯 말하기도 했다"며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의혹 제기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2020년 이미 유시민 작가가 해당 의혹을 제기해 검찰과 한 장관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유 작가도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고 사실이 아니라는 사과문을 게시한 적이 있다"며 허위 인식도 있었다고 봤다.

유 전 이사장은 2019년 12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노무현재단 계좌추적 의혹을 제기했다가 지난해 6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황 전 최고위원 발언 전인 2021년 1월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허위 사실을 말했다고 인정했다.

신 판사는 "피해자가 검찰 고위직 공직자로서 비판과 감시의 대상인 만큼 의혹 제기 자체는 공적 사안에 해당하지만 피고인은 당시 검찰 역할에 대한 비판 제기를 넘어 여러 차례 피해자를 지칭하며 개인에 대한 비판을 했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고소와 별개로 황 전 최고위원과 TBS를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 중이다.

황 전 최고위원은 선고 직후 "한 장관이 계좌 거래내역을 채널A 기자와 공유했다고 말한 적 없다. 당시 대화 자체가 한 장관과 관련도 없고 비방하는 목적도 아니었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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