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위기·계파 갈등만 부각…"지고 있는 경기에서 자책골 넣은 셈"

인선 발표 전날 저녁에야 지도부에 공유…친명계도 '부실 검증' 비판

비명계 "대표 퇴진이 맞아" vs 친명계 "속내 나온 것…그런 발언 지양해야"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한주홍 정윤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래경 혁신위원장 사퇴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 논란의 위기를 타개하겠다며 빼든 혁신위원장 인선 카드가 도리어 '자책골'이 됐다는 비판이 7일에도 계속됐다.

당장 친명(친이재명)계를 포함한 지도부 내에서도 '부실 검증' 비판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인선 발표 하루 전날인 4일 저녁에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지도부에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겠다는 인선 결과를 공유했다고 한다.

친명계 핵심 '7인회' 일원이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더 차분하고 진중하게 잘 준비해야 되는데 그렇게 진행되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비명계인 송갑석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발표 전날 최고위에서)'살펴보니 다소 과격한 표현들은 있는데 크게 문제는 아닐 것 같다' 정도의 표현은 있었다"면서 "이것저것 다 살펴봤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정무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보안에 너무 신경 쓰다 보니 검증이 부실해지며 스텝이 꼬였다"며 "뒤지고 있는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인선 발표 전날 최고위에서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계로부터 이 이사장을 추천받았다며 인선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송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함세웅 신부를 비롯해서 민주화운동 원로분들의 추천이 있었다. 그 분(이 이사장)도 처음에는 굉장히 망설이고 고사하는 입장이었는데 함세웅 신부를 비롯한 분들이 설득했다' 이런 이야기를 이 대표가 직접 했다"고 전했다.

'용산고-서울대' 동문이라는 점에서 이해찬 전 대표가 이 이사장을 추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송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설명할 때는 전혀 이 전 대표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측도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이 이사장을 잘 모르고, 가깝지 않은 사이인 것으로 안다"면서 이 같은 추론에 선을 그었다.

해당 논란을 고리로 친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 설전은 이날도 이어졌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폐쇄적이고 아주 몇몇 사람들 중심으로만(이뤄진), 제1당 공당의 의사 결정이 너무 엉망진창"이라며 "이 대표 스스로 퇴진하는 것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장경태 최고위원은 "속내가 나온 것으로, 결국 이 대표 사퇴가 본인의 목표라서 당의 쇄신보다 대표 사퇴를 언급한 것 아니냐"며 "그런 발언들은 좀 지양하는 게(좋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책임론에 대해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내부 논의를 충분히 했든 안했든 충분히 다 논의하고 하는 일이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책임론'은 오는 12일 의원총회에서 더욱 거세게 터져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의총은 민주당 몫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지만, 혁신위원장 낙마 문제도 비중있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다.

이 대표 사퇴 요구도 비명계를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보인다.

계파색이 옅은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부실 검증에 대한 '이재명 책임론'이 분출할 수밖에 없다"며 "이 대표가 '무한책임'을 진다고 한 만큼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토론도 이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s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