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을 혐오한 IQ 167 수학 천재의 '미스터리 라이프' 

[뉴스인물]

16세 하버드 입학-25세 수학박사
교수직 버리고 오두막 '은둔 생활'
16차례 소포 폭탄 테러 26명 사상
종신형 수감 중  81세 극단적 선택

1978∼1995년 과학기술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16차례 소포 폭탄 테러를 벌인 미국의 반(反)문명 테러리스트 ‘유나바머(Unabomber)’, 시어도어 카진스키(81)가 숨졌다.
1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연방교도국 대변인은 이날 “카진스키가 노스캐롤라이나주 버트너 연방교도소병원 자신의 병실에서 의식이 없는 채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인은 발표되지 않았다. NYT는 병원 관계자들을 인용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걸어다니는 브레인'

그가 무려 17년이나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해 테러를 일으키면서 80~90년대 미국에선 우편물 수령 공포를 몰고왔다. 단일 사건으로선 FBI가 역대 최고액의 수사 비용(5000만달러)을 지출한, 최악의 지명수배 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1942년 시카고에서 폴란드 이민자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카진스키는 어린 시절부터 ‘걸어다니는 브레인’으로 불린 천재였다. 초등학교 때 아이큐 167을 기록했고, 월반을 거듭해 16세때 하버드대 수학과에 입학했으며 미시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4세 때 UC버클리 사상 최연소 수학교수가 됐다.
그러나  카진스키는 교수가 된 지 2년만에 돌연 사직했다. 이후 동생이 운영하는 고무공장 등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살다가 몬태나주 깊은 산골에 오두막을 짓고 들어가 문명세계와 스스로 단절했다. 혼자 사냥과 채집으로 자급자족식 생활을 하며 도서관에서 빌린 과학·문학 분야의 유럽 원서 등을 촛불에 비춰 읽으며 살았다. 

▶17년간 수사당국 교란

그러다 1980년대 정체불명 소포를 열어봤다가 캘리포니아의 컴퓨터 상점 주인, 삼림 개발업계를 홍보하는 뉴저지의 홍보회사 임원과 로비스트 등 총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초 수사당국은 폭탄 관련 지식을 현장에서 얻은 항공사 등 기업 출신의 블루칼라 남성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폭탄에 지문을 일체 남기지 않은데다 발송처가 추적이 되지 않고, 일부 소포엔 엉뚱한 사람의 체모를 넣는 등의 수법으로 17년간 수사당국을 교란시키면서, ‘지능적인 확신범’이란 심증이 커져갔다.
그가 붙잡힌 결정적 계기는 카진스키가 자신의 범행의 동기를 세상에 글로 대대적으로 알리면서다. 카진스키는 1995년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유력신문에 3만5000단어 분량의 장문의 선언문 ‘산업사회와 미래’를 보내, 이를 실어주면 범행을 멈추겠다고 약속했다. 선언문은 ‘기술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며, 혁명을 통해 산업사회를 전복하고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시 신문사들은 당국과 논의 끝에, 범죄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대대적으로 홍보해줘야 하느냐는 윤리적 논란을 감수하고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이를 수용했다.

▶테러범들에게 '영감'

그런데 신문에 실린 선언문을 읽은 동생 부부가 “어쩐지 오래 전 연이 끊긴 형의 문체를 연상시킨다”며 FBI에 제보했고, FBI는 1996년 이 단서를 잡고 몬태나주 오두막을 급습해 카진스키를 검거했다. 법원은 유죄를 인정한 카진스키에 1998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카진스키의 범행은 폭력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설파하려는 급진적 환경주의자, 또는 다른 형태의 테러범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그의 스토리를 담은 영화(유나바머:테드K)와 넷플릭스 시리즈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