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측근, 신학적으로 중도 성향…"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서 균형 잡을 최적합 인물"
■ 그는 누구인가
프란치스코 교황 2023년 추기경 임명, 주교부 장관까지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불어 유창 구사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69)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페루 시민권을 얻어가며 빈민가에서 20년간 사목활동을 했다.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으로 활동했으나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이어서 교화 내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인물로 평가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시카고에서 나고 자랐다. 교리교사로 활동한 프랑스·이탈리아 혈통 아버지를 따라 성당을 다니면서 복사로 활동했다. 어머니는 스페인계 도서관 직원이었다. 일리노이주 성직자들이 그의 집을 드나들며 공동체 활동을 했다고 한다.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신학교에 들어간 그는 교황청립 안젤리쿰 대학에서 교회법 박사 학위를 따고 1982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신학과 별개로 펜실베이니아주 빌라노바대에서 수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공부를 마친 뒤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와 가까운 페루 북서부 추루카나스 교구에서 10년간 사목했다.
그는 2001년부터 12년간 공동체 생활을 강조하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장으로 활동하다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에 따라 2014년 페루 북서부 치클라요 교구로 파견됐다. 이 교구는 빈민가와 농촌 지역을 관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그를 바티칸으로 불러 추기경으로 임명하고 교황청 라틴아메리카 위원회 위원장과 주교 선출 등 인사를 총괄하는 주교부 장관을 맡겼다.
레오 14세는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 BBC방송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을 이어가면서도 교회 내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며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 4번의 투표로 선출된 건 추기경들이 그런 평가에 동의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레오 14세는 주교 선출을 심사하는 주교부 위원에 여성 3명을 추가하는 등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작업을 도왔다. 그러나 신학적으로 중도적이고 신중한 편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그는 2012년 동성애와 대안가족을 언급하며 "서구 언론과 대중문화가 복음에 어긋나는 믿음과 행동을 조장한다"고 말한 바 있다. NYT는 그가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성소수자에게 개방적일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그가 사목활동을 한 페루와 미국에서 사제 성추문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적도 있다.
레오 14세는 외신과 도박사들이 꼽은 교황 후보군에 들었으나 유력 후보는 아니었다. 미국 코네티컷 성심대의 대니얼 로버 교수는 교황 선출 투표에서 그의 행정 경험과 바티칸 관료주의에 덜 물든 점이 유력 후보였던 교황청 2인자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보다 더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봤다. 이번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서는 미국인 추기경 10명이 투표권을 행사해 이탈리아(17명) 다음으로 많았다.
레오 14세는 테니스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추기경으로 임명된 뒤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아마추어 테니스 선수"라며 "페루를 떠난 뒤 연습할 기회가 거의 없어서 코트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