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권 유지 위해 손배소…승소해도 배상액 받아낼지 불투명

남북관계 재정립 메시지 측면도…北자산 압류 시 가능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정부가 3년 전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하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14일 국내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개인이 아닌 정부의 북한 당국에 대한 첫 소송이다.

이번 소송의 피고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지만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그런 이름을 사용하는 비(非)법인 사단(社團)으로 전제해 소송을 낸 것이라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에 따라 북한도 우리 영토이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기본합의서와 남북관계발전법은 남북관계가 국가 대 국가 관계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으로 등록되지 않은 각종 종교단체와 종중 등이 '비법인 사단'에 해당한다.

이번 소송에 북한은 무대응으로 일관할 것으로 예상되며, 북한의 불법행위가 분명한 만큼 정부가 승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으로부터 실제 배상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별개다. 현재로선 손해배상을 강제집행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을 집행할 수 없다면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지만, 정부는 나중에라도 손해액을 받아내려면 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법무부 등 유관부서와 협의해 강제집행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소멸시효 중단을 통한 권리보전이 선행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가 발생한 날이나 손해 발생을 인지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오는 16일은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3년이 되므로 15일까지 손배소 등 소멸시효 도래를 막는 조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남쪽에 있는 북한 자산·채권을 압류해 손해액을 받아내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실제로 북한으로부터 저작권을 위임받아 법원에 공탁 중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하 경문협)에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며 국군포로 가족 등이 제기한 추심금 청구 소송이 국내에서 진행 중이다.

북한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지만 북한으로부터 배상액을 받아낼 수 없으니 남측이 북측에 지급할 돈에서 배상액을 달라는 소송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경문협 대상의 소송에서 추심금 청구가 인용되는지 등 법원의 판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강제집행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법원이 경문협이 공탁한 저작권료를 원고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한다면 같은 논리를 적용해 앞으로 발견되는 북한의 가상자산 등을 압류해 연락사무소의 손해액도 추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또한 북한에 잘못된 행동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선 원칙에 근거해 단호하게 대응함으로써 상호존중과 신뢰에 기반한 남북관계를 정립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개성공단 시설물 무단 사용과 금강산 시설 철거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우리 정부와 국민의 재산권 침해에 대해 북한에 책임을 묻는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구체적인 조처방안은 다각적으로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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