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관련 연구 170건 메타분석…"특정 성격만 음모론 잘 믿는 것 아냐"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세상에는 '9.11 테러는 미국 정부가 계획했다'는 것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정신적으로 정부에 지배당하게 된다'는 것까지 다양한 음모론들이 있고 이를 믿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왜 황당해 보이는 이런 음모론에 빠져드는 것일까?

사람들은 직관에 강하게 의존하고 타인에 대해 적대감과 우월감을 느끼며 주변 환경에서 위협을 감지하는 것처럼 다양한 동기와 성격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음모론을 잘 믿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에모리대학 쇼나 보우스 연구원(박사과정)팀은 27일 미국심리학회(APA) 학술지 '심리학회보'(Psychological Bulletin)에서 음모적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의 동기와 성격 특성 등을 알아보기 위해 미국, 영국, 폴란드에서 15만8천473명이 참가한 170개 연구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보우스 연구원은 "음모론자들이 대중문화에서 일상적으로 그려지는 것처럼 단순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일 가능성은 작다"며 "대신 많은 사람이 박탈된 동기 부여 욕구를 충족하고 고통과 장애 등을 이해하기 위해 음모론에 의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음모론자들을 움직이는 요인에 대한 과거 연구는 대체로 성격과 동기를 따로 조사했다며 이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이유를 통합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참가자들의 동기와 성격 특성을 함께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음모적 사고와 가장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는 요인은 ▲ 위험·위협 인식 ▲ 직관에 의존하고 이상한 믿음과 경험을 갖는 것 ▲ 타인에 대한 적대감이나 우월감 같은 동기와 성격 특성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게 된 동기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이해하고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은 욕구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가 다른 커뮤니티보다 우월하다고 느끼고 싶은 욕구 때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우스 연구원은 "많은 음모론이 혼란스러운 사건을 명확히 설명하거나 숨겨진 진실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폐쇄성이나 통제감 욕구는 음모론을 믿는 가장 강력한 동기는 아니었다"며 "대신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았을 때 특정 음모론을 믿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회적 위협을 인지한 참가자들은 일반적으로 정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민을 해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추상적 이론보다는 9·11 테러는 미국 정부가 계획한 것이라는 이론처럼 사건에 기반한 음모론을 믿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보우스 연구원은 "이런 결과는 사회적 정체성 동기가 음모론에 끌리게 할 수 있다는 최근의 이론적 틀과 대체로 일치한다"며 "(자신이) 독특하다고 느끼고 싶어 하는 동기가 있는 사람들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음모론을 믿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또 이 연구에서는 타인에 대한 적대감이나 높은 수준의 편집증 같은 특정 성격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경향이 더 높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음모론을 강하게 믿는 사람은 불안하고 편집증적이고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고 충동적이고 의심이 많고 위축되고 자기중심적이고, 괴팍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보우스 연구원은 음모적 사고의 전반적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향후 연구에서 음모적 사고의 복잡성을 인식하고 음모적 사고와 동기, 성격 간 관계에서 중요하고 다양한 변수들을 탐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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