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거장 지휘자 존 가디너, 공연 하차

사과 성명 발표한 후 남은 투어 중단

무대에서 내려와 잘못된 방향으로 향했다는 이유로 성악가를 때린 거장 지휘자가 거센 비판을 받고 고개를 떨궜다.

2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명 지휘자인 존 엘리엇 가디너(80·사진)가 지난 22일 프랑스 이제르주 라 코트 생 앙드레에서 열린 베를리오즈 페스티벌 공연 중 성악가 윌리엄 토머스(28)를 때린 데 대해 사과하고 유럽 투어의 남은 공연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가디너는 베를리오즈의 오페라 '트로이 사람들'의 1막과 2막이 끝난 후 토머스가 무대에서 내려와 잘못된 방향으로 퇴장하는 모습을 보고 격분해 폭행을 가했다. 다행히 토머스의 부상은 심각하지는 않아 다음날 다시 무대에 올랐다.

폭행 사건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가드너는 24일 “내 행동에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물리적 폭력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독일 베를린 음악제, 영국 BBC 프롬스 등 향후 유럽 공연 일정에서도 하차하기로 했다. 남은 공연은 부지휘자 디니스 수사가 대신 지휘하기로 했다.

가드너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재학 중인 1964년 몬테베르디 합창단을 창단했으며, 반 세기 동안 250여 장의 음반을 녹음한 바로크 음악의 거장이다. 바흐 서거 250주기였던 지난 2000년에도 바흐의 종교곡인 칸타타 전곡을 전 세계 60여 곳의 교회에서 연중 공연하는 ‘바흐 음악 순례’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찰스 3세의 대관식에서 지휘를 맡기도 한 그는 다소 까다롭고 쉽게 만족하지 않는 성격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