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들에게 읽기 숙제시켰다가 해고…제작자 "미친 짓"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안네의 일기' 그림책을 읽도록 했다가 해임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현지 지역언론 KFDM,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 텍사스주 햄셔 지역의 한 중학교 8학년 수업에서 교사가 '안네의 일기:그래픽 각색'의 한 문단을 읽어오라고 숙제로 내줬다. 해당 문단은 남성과 여성의 성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학교 소속 햄셔-패넨 교육구는 지난 12일 학부모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8학년 학생들이 부적절한 내용을 읽었다며, 이는 즉각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튿날 해당 교사는 해임됐으며, 이 수업에는 대체 교사가 투입됐다.

쌍둥이 아들과 학교생활에 관해 이야기하다 수업 내용에 대해 알게 됐다는 한 학부모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 학부모는 KFDM과의 인터뷰에서 "과제를 위해 학생들에게 이 책을 읽게 한 것만으로도 문제지만, 교사가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책을 읽게 하고 서로의 가슴을 만져보는 것에 관해 얘기하게 만드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안네의 일기는 2차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아우슈비츠에서 학살된 소녀 안네 프랑크가 생전에 남긴 일기를 엮은 것으로 1947년 나왔다. 교육 현장에서 수십년간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보여주는 교육자료로 쓰였다.

이번에 학교 수업에 쓰인 책은 안네의 일기를 그림으로 옮긴 것이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자녀이자 영화 제작자 아리 폴만이 각색을, 데이비드 폴론스키가 삽화를 맡았다.

폴먼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바시르와 왈츠를'과 같은 영화를 만든 유명 감독이다.

이 소식을 접한 폴먼은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회가 어디쯤 와 있는지에 대한 적색경보"라며 미국 전역에서 책을 검열하거나 금지하는 움직임은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책이 쓰인 지 80년이 지난 오늘날, 미국에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히거나 보여주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는 게 슬프다고 말했다.

폴먼은 "안네의 일기와 관련해 문제가 있는 곳은 미국뿐이다.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