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케어·뷰티 제품에 투자 20~30대 한인 남성들 부쩍, "선크림· BB크림은 기본 돈 안아껴"

[뉴스진단]

여성이 선물하던 시대 끝 
직접 매장찾아 사서 구입
한국 남성 월 25만원 지출

LA에 사는 김 모씨는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했다 스무살 아들 때문에 깜짝 놀랐다. 아들이 가장 먼저 찾아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쇼핑 장소가 화장품 가게였기 때문이다. 쇼핑을 마친 아들은 스킨, 로션, 에센스 등 기초 화장품에 콜라겐 세럼, 수분 선크림, 비비크림, 아이크림, 립밤 그리고 클렌징 오일과 워터에 화장솜, 마스크팩까지 바구니에 한가득 담더니 매장 직원이 해주는 스킨케어까지 받고 나서야 화장품 가게를 떠났다.

평소 보지 못했던 모습에 놀란 김씨가 물었더니 아들은 "한국이 남성 스킨케어 제품의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며 "한국에 가면 사겠다고 계획했던 것들"이라고 답했다. LA로 돌아온 김씨의 아들은 밤마다 사갖고 온 클렌징 제품들로 꼼꼼히 얼굴을 닦은 뒤 마스크 팩 하나를 붙이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김씨의 아들은 "처음에는 스킨케어를 하는데 좀 주저하기는 했다. 그런데 유튜브에서 남자 유튜버가 기초 피부 관리 하는 과정을 간단하게 보여줬는데 얼굴이 잡티 하나없이 뽀얗게 되는 걸 보고 K-뷰티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거울에 비친 깔끔한 내 얼굴을 보면 만족스럽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들 만이 아니다. 요즘 외모가 경쟁력이 되는 세상이다보니 스킨케어·뷰티 제품에 투자하는 20~30대 한인 남성들이 적지 않다.
고급브랜드 한국화장품을 미주 최저가로 판매하는 SM코리아뷰티의 이은정 대표는 "예전에는 여성들이 남자친구나 남편 선물용으로 남성 화장품을 구매했는데 요즘은 남성분들이 커플로 오거나 아니면 혼자 와서 자신이 원하는 화장품을 직접 고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수분 선크림이나 BB크림은 이제 젊은 남성 누구나 하는 기본 화장품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남성분들은 끈적한 걸 싫어해 유분이 없고 촉촉한 스타일을 선호한다"며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라운드랩의 자작나무 수분 라인이 여기서도 가장 많이 팔린다"고 귀뜸했다.

한국에서 '꾸미는 남성'은 이제 더이상 특이하거나 생소하지 않다. 패션이나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가리키는 신조어 '그루밍족'이란 단어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을 정도다. 남성화장품 시장은 2013년 처음 1조원대를 넘은 이후 매년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전년 대비 4.1% 성장한 1조280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성 직장인 66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20대 남성의 42.7%, 30대 남성의 35.7%가 스스로를 '그루밍족'이라고 여겼고 이들이 미용에 투자하는 비용은 월 평균 24만8000원에 달했다.

신복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