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주류 반발에 "결단 확신" 압박…장제원 "서울 가지 않겠다"

혁신위, '조기종료·불출마 명단설'에 선 그어…지도부 "시간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차지연 김철선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의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를 권고한 지 열흘이 넘도록 당사자들의 '응답'이 없자 혁신위원회가 결단을 기다려보겠다며 줄다리기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 혁신위의 '조기 종료설'까지 흘러나오자 김기현 대표가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희생을 요구받은 당 주류와 혁신위 사이의 갈등 조짐도 본격화하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4일 제주 4·3 평화공원 참배 후 기자들에게 "저는 100% 확신한다. (중진·친윤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빨리 발전하는 것은 '빨리빨리' 문화 때문이지만 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의 이런 언급은 중진들이 혁신위 권고에 지역구 사수 의지를 보이며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압박 수위를 어느 정도 조절하면서도 용퇴 권고를 거둬들일 생각은 없다는 의중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 대상자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만이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불출마든 험지 출마든 당에서 요구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냈고, 다른 의원들은 오히려 지역구 사수 의지를 드러냈다.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지난 11일 지지자 모임인 여원산악회 15주년 창립 기념식에서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중진들의 반발이 구체화하자 혁신위 조기 종료설, 불출마 명단 검토설까지 나왔지만, 혁신위 스스로 곧바로 이런 설들을 일축하며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전날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혁신위 발족 초기에 혁신위가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조기 종료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위원 간에 오고 간 것은 사실"이라며 "13일 시점에서 혁신위 활동을 조기 종료하자는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 바도 없었고 그와 관련된 합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제주에서 불출마 명단 작성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무슨 리스트(명단)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혁신위의 강한 부인에도, 현재 상황에서 조기 종료설과 명단 작성설이 흘러나오는 것부터가 '압박성 메시지'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JTBC 유튜브 프로그램 '장르만 여의도'▲에서 "2주 전쯤 인 위원장이 저한테 '다음 주가 되면 김기현 대표가 나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며 "서울 출마도 안 하고 불출마도 안 하면 나중에 공천 탈락 리스트를 발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불출마 명단 작성을 두고 인 위원장 해명과 다른 언급이 나온 것이다.

혁신위와 친윤·중진들의 기 싸움 속에 지도부는 난감한 모습이다.

당장 혁신위의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 대상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김기현 대표는 이날 혁신위 조기 종료설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이날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6돌 기념식'에서 기자들을 만나 "일부 혁신위원의 급발진으로 당의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의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위에) 질서 있는 개혁을 통해서 당을 혁신하도록 권한이 부여된 것"이라며 "좀 더 권한과 책임 사이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정제된 언행을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도부는 기본적으로 중진·친윤 의원들이 '결단'을 내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권고를 받아들이는 개인은 정치적 생명을 거는 것인데, 그렇게 짧은 시간 내에 결단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다만, 혁신위의 권고 취지에 공감하고 있으며,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 외 다른 혁신안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숙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혁신위를 뒷받침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른 안건들은 하나씩 정리가 돼가고 있다"며 "혁신이라는 게 원래 어렵고 지난한 과정을 뚫고 나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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