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유아시아방송, 북한 소식통발 보도…"간부 강연서 언급"

태영호 "보도 사실이라면 후계자 임명 내부 절차 끝냈다는 의미"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현혜란 기자 = 정부는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에게 "조선의 샛별 여장군"이라는 칭호가 부여됐다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RFA 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통일부 차원에서 현재까지 확인해줄 내용은 없다"며 "관계기관과 함께 북한의 후계 구도 상황을 면밀히 보고 있다"고 답했다.

RFA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 성공을 자축하며 지난 23일 열린 평양시 당,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간부 대상 강연회에서 김 위원장의 딸 주애가 '조선의 샛별 여장군'으로 신격화됐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진행한 이 강연회에서 정찰위성 발사 성공으로 "조선에 우주강국 시대가 열렸다"며 "우주강국 시대의 미래는 조선의 샛별 여장군에 의해 앞으로 더 빛날 것"이라는 발언이 나왔다고 전했다.

평안북도의 다른 소식통도 당 조직지도부의 지시로 진행한 도급 간부 대상 강연회에서 정찰 위성 발사 성공을 계기로 "전 세계가 최고 존엄과 조선의 샛별 여장군을 우러러보게 될 것이라고 선전했다"고 RFA에 밝혔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공사로 근무하다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RFA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 지도부 최고위층에서 김정은의 딸을 후계자로 임명하는 내부 절차를 끝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태 의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것을 숨길 수 없어지자 2009년 초 24세의 김정은 위원장에게 '김대장'이라는 칭호를 주고 '발걸음'이라는 노래를 전국적으로 부르게 강요하면서 우상화, 신격화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대의 김정은 딸을 위성 발사 성공과 결부시켜 우상화 신격화를 시작한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기준과 상식으로 보아도 너무 나간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도 김정은의 건강에 문제가 있어 이렇게 후계 임명을 다그치고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그간 김 위원장이 공개 석상에 데리고 나온 딸 주애의 이름을 언급한 적이 없으며 "존경하는 자제분", "사랑하는 자제분"으로만 표현해왔다.

김 위원장의 딸 이름이 주애라는 것은 2013년 북한을 방문한 미국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딸 '주애'를 안아봤다고 말하면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2013년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김 위원장의 딸은 북한이 지난해 11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을 때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등장했다.

run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