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반대 동반집회…양측 유가족 "슬픔이 증오로 변질해선 안 돼"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슬픔을 이용해 증오를 조장하지 말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가족과 친지를 잃은 양측 유가족이 이번 주말 증오 확산에 반대하는 동반 집회를 연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요일인 내달 3일 영국 런던에서는 지난달 7일 시작된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이 모여 고인을 추모하는 동시에 반(反)유대주의, 반무슬림을 규탄하는 행진을 벌인다.

집회 명칭은 '인류를 위해 함께 다리를 놓다'이다. 양측 유가족은 고인 추모의 뜻을 담아 행진 시 등불 수천 개를 밝힐 계획이다.

이는 전쟁 발발 이래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다종교 집회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그간 곳곳에서 친팔레스타인 집회, 반유대주의 규탄 행진 등이 있었으나 양측이 한데 모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개전 48일 만인 지난 24일 시한부 휴전에 돌입했으나 그간 가자지구에서만 1만4천 명 이상이 숨졌다고 현지 당국은 발표했다. 이스라엘인도 약 1천200명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집회에 참여하는 유가족은 이 같은 인명피해를 애도하면서도 슬픔이 특정 종교나 국가를 겨냥한 증오로 번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개전 당일 하마스 측 공격에 의해 부모를 잃은 마겐 이논은 "부모님의 죽음을 애도하는 와중에 극단주의자가 우리의 슬픔과 비극을 이용해 증오를 조장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부모님은 이를 원치 않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논은 부모님에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와 동료가 있었다"면서 후손이 인류애와 연대에 기반한 세상에서 사는 게 부모님 바람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안지구 중심도시 라말라에 사는 함제 아와데도 "반유대주의, 반무슬림 증오를 부추기는 게 최선의 대응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라면서 "서로를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것을 멈춰야 갈등을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아와데는 지난주 자기 사촌이 다리에 총을 맞았다면서도 "(양국) 긴장을 영국까지 가져와 갈등을 악화해선 안 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를 위해 정부에 로비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 당일에는 2002년 팔레스타인 저격수에 의해 아들을 잃은 로비 다밀렌이 연설할 예정이다. 다밀렌은 분쟁으로 가족을 잃은 팔레스타인 및 이스라엘 가정 600여 세대가 함께 활동하는 단체 '부모-가족 포럼'(PCFF) 대표로 연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집회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계기로 반유대주의, 반무슬림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계획됐다.

앞서 영국 경찰은 지난달 1일부터 한 달 동안 반유대주의 공격 신고가 554건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44건보다 10배 이상 늘었다고 집계했다. 같은 기간 이슬람 혐오 공격 신고도 220건 보고됐다. 작년 동기 대비 약 3배 증가한 수준이다.

집회 주최에 기여한 '투게더 연합' 공동 창립자 브렌던 콕스는 "우리는 반유대주의, 반무슬림 혐오에 맞서고 영국의 공동체 관계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hanj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