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적신월사 구급차도 공격…통행 막고 수색해 환자 죽기도"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대피소에 머물던 피란민이나 환자 등 무고한 민간인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16일 기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운용하는 대피소에 있다가 공습 등으로 사망한 피란민은 지난 10월 7일 개전 이래 최소 297명이라고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밝혔다.

부상한 피란민도 1천32명으로 집계됐다.

OCHA는 "피해 본 학교 가운데 70곳이 UNRWA 학교이고 최소 56곳은 국내 실향민(IDP)을 위한 대피소 역할을 하는 곳"이라면서 "UNRWA 학교를 비롯한 여러 학교가 이스라엘 측 공습이나 탱크 포탄에 의해 직접적 타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현재 가자지구 인구 90%에 해당하는 약 190만 명이 피란민이다. 이 가운데 140만 명은 UNRWA가 관리하는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유엔 대피소 외 교회, 병원 등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시설에 머물다가 피해를 보는 민간인도 적지 않다.

앞서 16일에는 가자지구 교회에서 비무장 모녀 2명이 이스라엘군 총격으로 숨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 희생자는 노인 여성과 그의 딸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격 당시 현장에는 하마스 대원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격 전 사전 경고도 없었다고 한다.

이 교회에는 당시 피란민 300여 명이 머물고 있었다고 영국 스카이뉴스는 전했다.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가 공격받는 일도 빈번하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RC)는 개전 이래 이달 4일까지 구급차가 총격을 받거나 이스라엘군 측 수색으로 구급차 이동이 늦어진 사례를 112건으로 집계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전했다.

살 수 있었으나 이런 일로 목숨을 잃은 환자는 2명이라고 PRC는 밝혔다.

허벅지에 총을 맞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구급차 이동이 25분간 지연돼 과다출혈로 사망한 36세 남성이 포함됐다.

지난달 9일에도 요르단강 서안 제닌의 한 좁은 도로에서 구급차가 공격받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구급차에 있던 구급대원 사브린 오베이디(32)는 이스라엘군이 차에 총을 쏘자 "이건 구급차다"고 다급하게 외친다.

오베이디는 당시 총격을 피하려 구급차 뒤편으로 이동했지만 결국 총에 맞아 비장이 파열됐다.

구급차를 겨냥한 공격을 우려해 직접 병원으로 환자를 옮기다가 가족을 잃은 사례도 전해졌다.

서안지구 주민 모하마드 아사드는 재생불량성빈혈을 앓던 13세 아들이 지난주 병세 악화로 쓰러지는 일을 겪었으나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아들을 직접 병원으로 옮기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구급차 통행을 막고 수색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병원으로 가는 길에 이스라엘군 검문소 3곳을 거쳐야 했던 탓에 이동 시간은 기존 7분에서 25분으로 늘었고 이스라엘군이 병원으로 가는 도로를 통과하는 걸 막으면서 아사드는 아들을 직접 안고 병원으로 가야 했다.

뒤늦게 병원에 도착한 아사드의 아들은 결국 사망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전투원 대피, 화물 이송 등 테러 목적으로 구급차를 악용한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hanj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