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결산] 10대 국제뉴스

세계 평화의 염원 속에 출발한 2023년에도 그 여망과는 달리 자욱한 포연이 지구촌을 뒤덮었다. 출구를 찾지 못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리멸렬한 양상으로 2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중동의 화약고가 폭발, 확전 위기로 치달았다.

또한 세계는 미 역대 전·혁신 대통령 중 최초로 형사 기소를 당하는 불명예를 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주 영역에서는 각국 간에 달 탐사 각축전이 불붙은 가운데 지진과 지구 온난화에 따른 산불, 홍수, 폭염 등 끔찍한 자연재해가 할퀴고 간 자리에는 비극만 남았다. <편집·조판 조준호 기자>

.

◇ 이스라엘-하마스 중동 전쟁

유대교 안식일인 10월 7일 새벽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해 민간인과 군인 1천200여 명을 살해하고 240여 명의 인질을 납치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상상도 못한 일격을 당한 이스라엘은 즉각 '피의 보복'을 다짐하고, 대대적인 공습에 이어 가자지구에서의 지상전에 돌입했다. 전쟁이 2개월을 넘긴 현재 양측 사망자가 2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종전 소식은 들리지 않을 것 같다.

 

◇ 바그너그룹 프리고진 의문사

6월 23일 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알력 다툼을 벌이던 러시아군으로부터 공격당했다면서 병력을 이끌고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로 진군했다. 러시아군을 겨냥한 릫보복 행진릮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지난 8월 23일 모스크바에서 이륙한 바그너그룹 소유 전용 제트기가 추락하면서 자신의 심복들과 함께 사망했다. 반란 2개월 만이었다. 국제사회가 푸틴 배후설을 의심하고 있지만 진상 규명은 요원해 보인다.

 

◇ 튀르키예 강진 5만여명 사망

2월 6일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 국경 지대에서 규모 7.8과 7.5의 강진이 발생, 5만6천여 명이 사망했다. 21세기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 중 5번째에 해당한다. 피해액은 튀르키예 기준 342억 달러에 달했다. 우리 정부는 이들 지진 당시 해외긴급구호대(KDRT)를 파견했다.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에서는 8명의 생존자를 구조하는 성과를 냈다. 이어 9월 8일에는 모로코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해 약 3천명이 숨졌다.

 

◇ 기후변화 '지옥문' 열렸다

지구촌은 올해도 극단적인 수준의 홍수와 산불, 폭염, 폭우, 가뭄 등 이상현상에 신음했다.
'지상낙원'으로 불렸던 하와이 마우이섬에서는 뜨거운 대기가 촉발한 산불로 97명이 사망하는 등 섬 전체가 잿더미가 됐다. 리비아에선 대홍수로 4천여명이 숨지고 1만명이 실종됐다. 그리스에서는 유럽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이 발생해 20명이 사망했다. 올해는 기온 관측 174년 역사에서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되는 등 지구촌이 펄펄 끓었다. 이제 안전지대는 없다.

 

◇ 챗GPT 열풍, 기대반 우려반

2022년 11월 미국 인공지능(AI) 개발 기업 오픈AI가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를 처음 선보인지 1년만에, 챗GPT는 2억명 가까운 세계인이 쓰는 거대 서비스로 성장하며 일반인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사람처럼 묻고 답할 뿐 아니라 인터넷상의 광범위한 자료를 스스로 정리해 원하는 결과물을 척척 내놓는 챗GPT의 등장을 1990년대 인터넷, 2000년대 아이폰을 뛰어넘는 혁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인류 멸망을 앞당길 수 있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 스파이 풍선 격추…정상회담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며 양국 관계는 올해도 연초부터 악화일로를 걸었다. 중국이 띄운 정찰용 풍선이 미국 미사일에 격추되면서 촉발된 양국의 갈등은 극에 달했으나 한계점까지 치닫지는 않았다. 상황 관리에 나선 양국은 서로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11월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년만에 마주했다.

 

◇ 북·러의 밀착 '위험한 거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4년 5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군사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양국 정상 간 회담은 4년 5개월 만이다.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댈 곳 없던 두 정상이 공개적 밀착을 하며 재래식 무기와 첨단 군사기술을 주고받는 '위험한 거래'에 한미일 등 국제사회는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 美 사상 첫 대통령 형사기소

뉴욕 맨해튼 대배심은 포르노 배우와의 성관계 사실을 숨기려고 돈을 지급했다는 이른바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를 결정했다. 미 역대 전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건 사상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만 네 차례나 형사 기소됐으며 머그샷(범죄인 인상착의 기록 사진)까지 찍는 굴욕을 겪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는 것으로 나와 재집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

일본 정부는 8월 24일 국내외 반발에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2년 반 만이다. 방류에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7월4일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공식 밝혔지만, 안전성 논란을 말끔히 가셔내지는 못했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지구촌의 의심’은 진행형이다

 

◇ 다시 뜨거워진 달 탐사 경쟁

냉전 이후 시들해졌던 인류의 달 탐사 경쟁이 다시 뜨거워졌다.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는 8월 세계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성공하며 미국·러시아·유럽이 주도한 우주탐사 경쟁에서 새 역사를 썼다. 세계 주요국은 달 자원에 관심을 두고 있다. 달 남극 분화구의 두꺼운 얼음층에서 물과 수소, 산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달은 화성 등 다른 태양계 행성 탐사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