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581명 대상 설문조사…99% "사직·휴학 압력 없었다"
3명중 1명 "향후 전공의 수련 의사 없어"…"정부·여론의 의사 악마화에 환멸"
한국의료 문제로는 '현실적이지 않은 저부담 의료비' 꼽아
의대생단체 "정부 정책 발표 후 필수과 전공 고려 의대생 84%→19%로 줄어"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도 불구하고, 집단행동을 벌이는 전공의와 의대생 96%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줄이거나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공의 1만2천774명과 의대생 1만8천34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1천581명 중 64.1%(1천14명)는 '한국 의료 현실과 교육환경을 고려할 때 의대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존 정원인 3천58명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31.9%(504명)였다.
이에 따라 의대 정원을 감축 또는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전체의 96.0%를 차지했다. 증원해야 한다는 답변은 4%에 불과했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66.4%(1천50명)는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를 위해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93.0%·복수응답), '구체적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82.5%), '복지부 장관 및 차관 경질'(73.4%), '전공의 근무시간 52시간제 등 수련환경 개선'(71.8%)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수련 의사가 없다고 답한 전공의·의대생도 33.6%(531명)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정부와 여론이 의사 직종을 악마화하는 것에 환멸이 났기 때문'(87.4%),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를 추진했기 때문'(76.9%), '심신이 지쳐서'(41.1%) 등을 꼽았다.
류옥 씨는 "(전공의의) 3분의 1 내지 절반은 정말로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며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바로는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사람일수록 이탈률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의 문제로는 '현실적이지 않은 저부담 의료비'(90.4%), '비인간적인 전공의 수련 여건'(80.8%), '응급실 및 상급종합병원 이용의 문지기 실종'(67.0%), '당연지정제'(62.4%) 등이 지적됐다.
당연지정제는 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병원들이 의무적으로 진료하고 국가가 정한 금액을 받도록 한 제도다.
사직·휴학 과정에서 동료나 선배로부터 압력이나 협박이 있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0.9%(15명)에 불과했다.
류옥 씨는 "(병원이나 학교에서) 왕따가 되는 것이 두려워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이 결과가 보여준다"고 말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왜 오늘의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인지를 이 조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며 "의협은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이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는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한 후 필수의료과(바이탈)에 지원할 의사가 있는 의대생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의대생 단체 '투비닥터'는 이준서 인천성모병원 외과 교수가 지난달 20∼25일 의대생 8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부 정책에 따른 의대생 진료과에 대한 인식 변화 연구' 결과를 전날 공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이탈 과목 전공을 고려하는 의대생은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 발표 전 83.9%에서 정책 발표 후 19.4%로 크게 감소했다.
전공의 수련이 필수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정부 정책 발표 전 91.4%에서 발표 후 32.4%로 줄었다.
해외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고 싶다는 의대생은 1.9%에서 41.3%로 늘었다. 가고 싶은 나라로는 미국(67.1%), 일본(24.7%), 유럽(3.0%) 등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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