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성지 순례 사망자 1000명 넘어
미국 동북부도 35도 안팎 폭염에 경보

미국과 유럽,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지구촌이 때 이른 불볕더위로 신음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맘때 그다지 덥지 않던 동북부에 35도 안팎의 폭염이 찾아왔고 뉴햄프셔, 메인, 버몬트주에 폭염경보까지 내려졌다.

원인은 열돔 때문이다. 열돔은 지상 5~10km의 대기 중·상층에 발달하는 뜨거운 고기압으로 느리게 움직이거나 아예 정체해 극한 더위를 몰고 온다. 열돔 안에 갇힌 공기가 지면의 열기를 받아 계속 가열되기 때문이다. 

2023년 여름은 1880년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더운 여름이었는데, 올해는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어 더 심한 더위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기후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그 예측은 6월의 극한 폭염으로 현실이 돼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슬람 최고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와 메디나에서 불볕더위 속에 치러진 성지순례(하지) 동안 사망자가 1천명을 넘겼다. 사우디에서는 지난 17일 메카 대사원 마스지드 알하람의 기온이 섭씨 51.8도를 기록할 정도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AFP 통신이 각국 공식 발표와 외교공관 설명을 토대로 자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4∼19일 하지 기간 사우디를 찾은 약 10개국 방문자 중 1천81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이틀 전 550명에서 약 두배로 뛴 수치다.

사우디 당국은 지난 19일에만 2천700명이 넘는 온열질환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으나 사망자 통계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온열질환을 앓는 환자가 3천명에 육박하는 데다 실종자도 다수여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사망자의 국적은 이집트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인도, 요르단, 이란, 세네갈, 튀니지, 이라크 등이었다. 이집트에서만 658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는데 이 가운데 95%가량인 630명이 사우디 당국의 순례 허가를 받지 않은 입국자라고 AFP는 전했다. 미허가자의 경우 당국이 성지 곳곳에 설치한 냉방 시설에 접근할 수 없었다.

AFP는 "매년 수만명의 순례자가 값비싼 비용이 드는 공식 허가를 받지 않고 다른 경로를 통해 하지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