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교통사고 사망 급증에 한인 시니어 '불안불안'

지난해 보행자 사망, 팬데믹 이전 대비 14% 늘어
LA, 1~3월 교통사고 중 보행자 사망사고 절반 차지

한국 시청역 보행자 사망 사고로 한인들 우려 급증
과속 등 위반 처벌 강화…보행자 인프라 구축 필요

"길 건널 때 신호와 좌우를 잘 살피고 차 없는 것 꼭 확인하세요."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김모씨가 노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부모님에게 전화 통화할때 빠짐없이 하는 당부하는 말이다. 김씨는 "최근 한국 시청역 인근에서 인도로 돌진한 차량으로 인해 9명의 보행자가 목숨을 잃은 사고 소식을 들었다"며 "자동차를 조심하라고 말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고 했다. 김씨가 외출하는 부모님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은 수치로서 확인되고 있다. 미국의 주지사 고속도로 안전협회(Governors Highway Safety Association)의 조사 결과, 최근 5년 동안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보행자의 수는 3만5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2010년에서 2022년 사이에 보행자 사망자 수는 거의 77%나 늘어났다. 김씨는 "그렇다고 부모님들이 외출하는 것을 막는 것도 어렵고 함께 사는 것도 쉽지 않아, 릫조심하라릮는 말 밖에 할 수 없다"며 "두 분이 외출하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미국 내 차량 사고로 인한 보행자 사망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팬데믹 여파로 과속과 음주운전 등 법 위반이 크게 늘면서부터다. 특히 LA와 같은 대도시의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들 역시 보행자 사망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디. 법규 위반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함께 친보행자 위주의 도로 인프라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밤(한국시간)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제네시스 승용차가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대형 보행자 사망 사고 소식은 한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LA도 교통사고에 의한 보행자 사망 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LA경찰국(LAPD)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3월16일까지 74명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이는 작년의 70명과 비교해 6%, 재작년의 71명과 비교해 4% 증가한 수치였다. 이중 절반인 38명이 보행자였다.
보행자의 교통사고 사망 건수 급증세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GHSA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로 숨진 보행자 수는 7,318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6,412명에 비해 14%나 늘었다. 
미국 내에서 교통사고로 보행자가 숨지는 사례가 늘어난 데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한 탓이다. 무엇보다 팬데믹 여파로 과속과 음주 운전 등 악습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픽업트럭이나 SUV를 선호하는 차량 대형화가 더해진 것이 주된 이유다.
특히 지난 2022년 음주운전으로 보행자 1만3500명이 사망할 정도로, 지난 20년 내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다.
교통 전문가들은 과속이나 음주운전을 줄일 수 있는 교통법규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안전한 인도를 확보하고 도로 중앙에 보행자 보호섬을 설치하는 등 보행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로 개선 작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더해지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