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C, 지난 5년간 유출 연금 사고 7600건
본인 인증용 소셜번호 요구, 업계 관행돼
전문가, "소셜번호 공개 거부 의사 표시 중요"

사회보장연금(소셜연금) 수혜자인 한인 이모씨는 지난해 10월 소셜연금이 제때 입금되지 않은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이씨는 "매월 첫주에 은행계좌에 연금이 입금돼야 하는데 2주가 지나도 입금되지 않아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딸의 도움을 받아 연방사회보장국 웹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의 계정을 살펴보니 입금 은행이 다른 은행으로 변경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이씨는 "누군가 은행 정보를 변경해 소셜연금을 다른 은행으로 빼내어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영어를 구사하는 딸과 함께 연방사회보장국 지역 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사태를 해결했지만 여전히 마음은 편치 않았다. 이씨는 "지역 사무소 직원이 '이런 일은 늘 있는 일'이라고 말에 뇌리에 남아 있다"며 "언젠가 또 같은 상황이 내게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고 말하며 답답해 했다. 
9자리 사회보장번호(소셜번호)가 줄줄 새고 있다. 정부 관공사나 은행 등 공적인 기관의 각종 서류 작성에서부터 병원의 환자 등록이나 헬스장 회원 가입, 심지어 마켓 고객카드 신청에 이르기까지 소셜번호를 요구하는 일이 관행으로 굳어지면서다. 무심코 적어 낸 소셜번호가 부정 신용카드 발급이나 금융 대출, 사회보장연금 등 금전적 피해로 이어지고 있어 전문가들은 "소셜번호 요구에 일단 'No'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하지만 영어가 미숙해 따지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 한인 시니어들이 소셜번호 유출에 따른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커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소셜연금이 다른 은행계좌로 부정 출금되어 피해를 보았다고 자진 신고하는 건수는 지난 2019년에서부터 지난해까지 760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연금의 부정 출금 사례는 지난해 들어 급증세라는 게 FTC의 분석이다.
소셜번호는 연방정부나 은행, 투자업체, 또는 정부 혜택 프로그램 사용시 활용되는 개인정보이지만 유출된 소셜번호는 신용카드 계정의 부정 발급이나 각종 신 도용을 통해 소셜연금이나 은행대출 등에 악용될 수 있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다. 
문제는 소셜번호가 일상 삶에서 손쉽게 노출되거나 유출되는 사례가 빈번하는 데 있다. 의사 진찰을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면 환자 등록시에도 소셜번호를 요구하기도 하고 헬스장이나 마켓 고객 등록에도 소셜번호를 기입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본인 증명을 목적으로 소셜번호를 요구하는 각 업계의 관행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지만 어떤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소셜번호 요구에 일단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신분 확인은 소셜번호 대신에 운전면허증이나 여권처럼 다른 신분증으로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출 서류에 소셜번호 기입란이 있다면 공란으로 비워두고 제출해서 공개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 
또한 소셜번호를 요구할 경우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이유와 보안을 위한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라인상 등록 시 소셜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셜번호를 입력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와 포기해서 얻는 이익을 비교해 결정하는 결단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