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남쪽 피코 유니언, 전기상자 도난
밤거리 주민들 손전등, 식당 현금 털려
미국 전역서 절도 기승, 시민 안전 위협

LA 한인타운 남쪽 피코 유니언 지역은 밤이 되면 가로등 불빛 없이 깜깜하다. 지난해 12월 지역을 밝혀주는 가로등 전기상자를 도둑 맞은 후 7개월 넘게 가로등을 교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도둑이 훔쳐간 건 전기상자에 달린 구리선이었다. 전기상자는 부서진채 버려진 것이 인근에서 발견됐고 구리선은 사라지고 없었다.
주민들이 LA시에 상황을 설명하고 가로등을 설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가로등 불빛은 들어오고 있지 않다. 구리선 절도가 기승을 부리면서 LA 거의 전 지역에서 가로등을 수리해달라는 요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LA에서 발생한 구리선 절도 건수는 총 1만1000건에 달한다. 3월에 3880건의 구리선 절도가 발생했는데 2023년 3월에 비해 무려 69%나 치솟았다. LA시 가로등 관리국의 연간 서비스 요청도 해마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2021년 2만2660건이던 것이 2022년에는 3만5189건에 달했으며 지난해는 3만6000건을 넘겼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절도범들이 훔친 구리선은 재활용 업체 등에 재판매 되거나 거래 사이트에서 파운드 당 4.2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구리선 절도는 미국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9일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증한 금속 절도로 도시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며 미네소타주에서는 한 남성이 가로등 불빛이 없는 거리를 건너다 자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또 라스베이거스와 그 주변 지역에서만 지난 2년간 가로등의 전선 약 296km 분량이 도난당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LA 상황도 전했는데 '빛의 리본'(Ribbon of Light)으로 불리던 LA의 6번가 다리는 언젠가부터 밤에도 조명이 빛나지 않게 됐고, 405번 고속도로 일부 구간과 도시 곳곳의 가로등도 꺼졌다고 보도했다. 또 올해 1월 이후 LA 카운티에서만 소화전 290개 이상이 도난당했다.
신문은 구리 절도는 수십년간 있었지만,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리 수요가 증가하자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됐다고 짚었다. 팬데믹 초기 많은 재활용 시설이 문을 닫아 고철 공급망이 타격을 입었고, 미국 정부가 인프라 건설 사업에 수십억달러를 투입하면서 금속 수요가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향후 2년간 전 세계적으로 1천만톤(t)의 구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철 도둑은 사회기반 시설 뿐 아니라 공공미술품으로도 손을 뻗고 있는데 덴버에서는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기념비에서 청동 조각을 뗀 남성들이 체포되기도 했다. 공원 묘지의 금속 명패마저 훔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도둑들이 훔친 고철은 보통 몇백달러 수준에서 거래되지만, 꺼진 가로등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도시 전체에는 수백만달러의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