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보험 손실규모 10억달러 이상…보험 청구건수 수백건 예상"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지난주 전 세계를 강타한 정보기술(IT) 대란으로 보험사들에 수십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보험 중개회사 에이온은 이번 사태에 대해 2017년 발생한 '낫페티야'(NotPetya) 바이러스 사태 이후 "가장 중대한" 사이버 보험 손실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번스앤드윌콕스의 배상책임보험 담당 중개사 데릭 킬머는 보험 손실 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4천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훨씬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PA 컨설팅의 보험 담당 총괄 윌 데이비스는 "보험금 청구 건수가 수천건은 아니더라도 수백건은 될 것"이라며 청구액도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최대 보험 중개회사인 마쉬의 영국 사이버 책임자 캘리 버틀러는 전체 손실 규모를 수치화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글로벌 기업 고객 100여곳이 보험 청구 가능성을 알려왔으며, 이 중 대부분은 업무 중단이나 시스템 중단에 대한 것이라고 전했다.

보험금 청구 관리회사인 세드윅의 선임 손해사정인 티모시 워스는 이에 더해 "하드웨어가 손상됐을 경우 재산 피해에 대한 청구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이번 사태와 관련한 보험금 손실 규모가 줄어들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있다고 전했다.

우선 보험 적용에 앞서 약관에 명시된 대기시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6∼12시간 정도여서 그 시간 내 업무가 재개될 경우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거나 규모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보험 약관은 이번과 같은 업무 중단 사태보다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보상 비중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영국 사이버 보험을 선도하고 있는 비즐리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을 근거로 올해 수익 가이던스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이번 사태가 사이버 보험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수요를 촉진해 보험업계에 긍정적인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서비스에 보안회사 크라우드스트라이크에 의한 업데이트 오류로 사상 최대 글로벌 IT 대란이 발생, 800만대 이상의 기기에 영향을 미치면서 항공업계에서 소매업체까지 다양한 업계가 혼란을 겪었다.

사이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악의적인 사이버 공격뿐 아니라 무해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