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7일부터 일단 단계적 시작
공항·연방건물 출입에는 문제 없어
미지참시 경고장, 발급 신청 유도
한인 박모씨에게는 아직 리얼아이디가 없다. 박씨는 "시행이 계속 늦춰지면서 리얼아이디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 아직 만들지 못했다"고 했다. 최근 들어 주변에서 내년부터 리얼아이디가 없으면 공항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말이 돌자 박씨는 "막상 리얼아이디를 신청하려니까 DMV 방문하는 것도 귀찮고 방법도 잘 몰라서 망설이고 있다"며 "또 시행 연기 조치가 나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방정부 건물과 공항 출입 시 신분 증명에 쓰이는 리얼아이디(Real ID) 신청을 놓고 한인들 사이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리얼아이디 전면 시행 시기가 여러 번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거면 애초에 리얼아이디 전면 시행 시기를 좀 더 길게 잡고 추진에 나섰으면 혼선을 줄일 수 있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인 박모씨의 바람대로 리얼아이디의 전면 시행 시기가 다시 한번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연방정부가 리얼아이디의 전면 시행일을 2년 더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연방 국토안보부는 리얼아이디 전면 시행일을 2025년 5월27일에서 오는 2027년 5월5일로 2년 연기안을 제안했다.
리얼아이디법은 18세 이상 주민이 연방정부 건물이나 공항 출입 시 신분 증명을 위해 리얼아이디 운전면허증(신분증)이나 여권, 연방정부가 인정하는 대체 신분증 등을 지참해야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테러와 신분 도용 방지를 위해 지난 2005년 리얼아이디법이 연방의회 문턱을 넘었지만 2008년 시행 계획은 이미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이번 시행 연기를 포함해 네 번째 연기된 배경에는 리얼아이디의 변경이 저조한 현실이 있다. 올해 1월 현재 연방 국토안보부가 집계한 리얼아이디 전국 현황에 따르면 각주별 리얼아이디 변경율은 56%로 절반을 조금 넘긴 상태다. 전면 시행일인 내년 5월7일까지 변경율은 70%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연방 국토안보부의 예상치다.
리얼아이디 변경율이 저조한 것은 리어아이디 변경에 대한 필요성과 공감대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각 주정부의 리얼아이디 변경 작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빚어진 결과다. 여기에 주민들의 관심 부족도 변경율 저조에 한몫했다.
그렇다고 리얼아이디의 전면 시행 시기를 마냥 늦출 수만 없는 게 연방정부의 고민이다. 이번 시행 연기 조치는 리얼아이디를 아직 소유하지 못한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2년간의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게 목적이다. 따라서 리얼아이디법은 시행은 예정대로 내년 5월7일부터 시작한다. 이와 관련해 연방 교통안전청(TSA)는 "리얼아이디법 시행일 자체를 연기하는 게 아니다"라며 "어느 정도 유연성을 확보하고 각 기관들이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단계적 시행 조치에 따라 내년 5월 이후 리얼아이디가 없어도 공항이나 연방건물 출입이 가능하지만 리얼아이디가 필요하다는 서면 경고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리얼아이디 미소지자는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발급 신청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가주 차량관리국(DMV)에 따르면 리얼아이디를 발급받으려면 DMV 웹사이트(REALID.dmv.ca.gov)를 방문해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하고 요구하는 서류를 업로드하고 방문 예약을 해야 한다. 그 뒤 날짜에 맞춰 DMV 지역 사무소를 방문해 확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DMV 지역 사무소 방문 시 인터넷으로 제출한 원본 서류들을 지참해야 한다.
필요 서류는 신분 증명 서류 1종(유효한 여권, 출생증명서 등), 가주 내 거주 증명 서류 2종(유틸리티 청구서, 은행 거래내역서 등), 그리고 소셜 시큐리티 카드를 지참해야 한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