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역 타격 가능 '화성-18형' 개량형 추정…신형 12축 TEL서 발사한 듯

軍 "불법 도발 모든 책임 北에"…정부, '고체연료 미사일 대북감시품목' 지정

북한이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3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이 발사한 ICBM은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고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8형'의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다음 달 5일(현지시간) 미 대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북한의 ICBM 도발에 대응해 북한이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을 감시 대상으로 신규 지정하는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10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ICBM 도발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18일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을 발사한 지 약 10개월만이다.

이날 고각 발사된 이 ICBM은 고도 7천㎞ 이상까지 상승해 1시간 26분 동안 약 1천㎞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낙하했다.

지금까지 북한이 발사한 ICBM 중 비행시간이 가장 길고, 최고고도가 가장 높아 사거리와 탄두 중량 등의 성능이 개선된 신형 ICBM으로 평가됐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신형 고체 추진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에 북한이 공개했던 12축짜리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어서 추가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군사전문기자 출신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ICBM의 비행시간과 최고고도를 언급하면서 "화성-18형 개량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12축 TEL에서 고체 연료 화성-18형 개량형을 발사한 것이 사실이라면 기존 화성-18형(9축 TEL)보다 사거리가 길거나 탄두 중량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화성-18형도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사거리가 1만5천㎞ 이상으로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거리를 더 늘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개량형을 만들었다면 화성-18형보다 탄두 중량을 늘려 파괴력을 키울 의도였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발사 현장을 시찰하면서 "이번 발사는 최근 들어 의도적으로 지역정세를 격화시키고 공화국의 안전을 위협해온 적수들에게 우리의 대응의지를 알리는 데 철저히 부합되는 적절한 군사활동"이라며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한미 국방장관이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돕기 위한 북한군 파병을 규탄한 지 약 5시간 만에 이뤄졌다.

북한군 파병에 쏠린 국제사회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한미의 비판에 반발하는 무력시위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선 북한의 ICBM 발사는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도발이라고 규탄하면서 새로운 독자대북제재 시행을 결정했다.

새 대북제재에는 북한의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15종의 물품을 감시 대상으로 신규 지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합참은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고, 불법 도발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대북 경고성명'을 발표했다.

안찬명 합참 작전부장(육군 소장)은 "우리 군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불법적 도발을 지속 감행하고 있다"며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군 당국은 서해와 중부 내륙 공역에서 한국 공군의 F-35A, F-15K, KF-16 등 전투기와 미군의 F-35B, F-16 전투기, MQ-9 무인공격기 등 총 110여대가 참여한 한미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

군은 북한의 TEL을 모사한 모의 표적을 F-15K가 공격해 명중시키는 사진도 공개했다. ICBM을 발사한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김준태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