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문제서 국정 전체로 쇄신범위 확장…尹대통령 사과·인적개편 요구

"민심 매섭게 돌아서…국정기조 전환 반드시 더 늦지 않게 필요"

野 탄핵공세 차단 위한 '쇄신' 강조…추경호, 곧 '특감관 논의' 의총 열듯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전면적인 국정 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야권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고리로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상황에서 국정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여권의 위기감이 높아지자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과 쇄신용 개각, 김 여사의 대외활동 즉시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촉구했다.

한 대표는 "민심이 매섭게 돌아서고 있다.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반감이 커졌다는 점을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정 기조의 전환이 반드시 더 늦지 않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국민 사과 등 구체적인 조치뿐만 아니라,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기조 전환을 촉구한 것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 여사 관련 3대 조치(대외 활동 중단·대통령실 인적 쇄신·의혹 규명 협조)와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했다.

친윤(윤석열)계는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대통령실도 국회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가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지난 31일 윤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통화 녹음이 공개되고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지면서 여권 내 위기감이 고조됐다.

한 대표가 이날 쇄신 범위를 국정 전반으로 확대하면서 수위 높은 메시지를 낸 것은 더는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이 대통령 탄핵과 임기 단축 개헌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오는 14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예고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조처를 해야만 여권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쇄신 조치의 '데드라인'을 제시하진 않으면서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11월 하순께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보다 더 빨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친한(한동훈)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한 대표는 앞서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를 놓고 '법률적 문제가 없다'고 옹호한 것도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한 대표는 "이번 사안의 경우에, 적어도 지금은 국민들께 법리를 먼저 앞세울 때는 아니다"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처를 촉구했다.

그가 고강도 쇄신의 명분으로 야권의 탄핵 공세 차단을 내세운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 대표는 민주당의 총공세를 두고 "이재명 대표의 중대 범죄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아예 헌정을 중단시켜 버리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어떤 이름을 붙인 헌정 중단이든 국민의힘이 막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가만히 있으면 막을 수 없다"며 "그 뻔히 속 보이는 음모와 선동을 막기 위해선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정 갈등 상황을 놓고 야권의 탄핵 공세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보수 지지층이 가장 우려하는 대통령 탄핵을 막아낼 유일한 방안이 '쇄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친한계뿐 아니라 당 원로들과 시도지사협의회 등이 잇따라 쇄신 요구를 내놓은 상황이다. 한 대표는 이날 메시지 발표에 앞서 당 중진 등과 소통을 거쳤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다만 일부 친윤계에선 쇄신과 관련해 한 대표와 온도 차를 보였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민전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명씨 통화 녹취에 대해 '조작설'을 제기하며 "그냥 덕담한 정도인데 우리가 분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김재원 최고위원은 "보수 단일대오로 윤석열 정권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3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당과 대통령실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김성원 의원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과 당 사이, 당 지도부 사이에서 상호 소통이 부족한 탓에 의원들 간에도 정보 공유가 잘 안되고 대응 논의가 원활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는 조만간 의원총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추 원내대표는 앞서 특별감찰관 문제의 의견 수렴 등을 위한 의원총회를 국정감사가 끝나면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간담회 참석자는 "의총은 곧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탄핵 트라우마가 있는 3선 이상은 표결로 가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김정진 조다운 기자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