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보고서

"급증하는 무역적자, 관세부과 촉발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에 대해 관세 인상을 공언하고 있지만 한국이나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이런 관세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전망했다.

11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앤드루 틸튼 수석 아시아 태평양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다소 줄었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적자가 많이 증가했다면서 이는 2기 트럼프 정부의 관심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일부 유력 입각 후보자들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두더지 잡기' 방식으로 급증하는 무역적자는 결국 다른 아시아 국가에 대한 미국의 관세부과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관세는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이지만 수출국이 내지는 않는다. 미국으로 제품을 수입하려는 기업이 부담하는 것이어서, 결국 기업의 비용이 상승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틸튼은 "한국과 대만, 베트남이 특히 미국과의 무역에서 큰 흑자를 내고 있다"면서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특권적 위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며, 베트남은 중국이 우회무역을 하고 있어 혜택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444억 달러다. 자동차가 전체 대미 수출의 30%를 차지한다.

대만의 경우 올해 1분기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57.9% 증가한 246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IT 및 시청각 제품이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베트남의 올해 1~9월 대미 무역 흑자는 900억 달러에 달한다.

인도와 일본도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 중이다. 일본의 흑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인도는 최근 수년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틸튼은 "앞으로 이들 국가는 가능한 경우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면서 압박을 벗어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클레이즈 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2기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신흥 아시아 국가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무역 정책"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트럼프가 공약한 관세 부과는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큰 고통'을 가할 가능성이 높으며, 대만이 한국이나 싱가포르보다 이런 위협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어 "태국과 말레이시아도 대만 다음으로 리스크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태국이 약간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