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권한대행, 조은석→김인회順…의결기구 감사위원회도 '3대3 구도'

'통계조작', '사드배치' 등 前정권 관련 의혹 감사 차질 불가피 관측

헌법상 독립기구인 감사원 수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 기관에 대한 감사 기능이 마비되거나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음달 2일 본회의에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보고하고, 4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할 방침이다. 최 원장 탄핵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민주당 주도로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최 원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 2023년 2월 8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됐고, 5개월여 만인 7월 25일 헌재가 이를 기각해 직무에 복귀했다.

최 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자진사퇴 방식으로 탄핵을 피해 갈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최 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감사원법에 따라 재직기간이 긴 감사위원 순으로 원장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조은석 감사위원이 권한대행을 맡고, 조 위원이 임기 만료로 내년 1월 17일 퇴임하면 김인회 위원(내년 12월 5일 임기 만료)이 이어받는다.

조 위원과 김 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됐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최종 의결 기구인 감사위원회에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조 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고, 지난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 처분이 부당하다며 감사원의 결정에 맞선 바 있다.

김 위원은 2011년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던 문 전 대통령과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고, 이듬해인 2012년 부산 연제구에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들 두 위원이 원장 대행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경우 현재 감사원이 다루는 주요 사건의 처분 방향과 결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감사원의 감사 정책·계획·처분을 결정하는 감사위원회의 의결 구도도 영향을 받는다. 감사위는 원장을 포함해 감사위원 7인으로 구성되고,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감사보고서를 의결한다.

감사원 출신으로 첫 감사원장에 오른 최 원장은 취임 이후 굵직한 사건 의결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 원장의 권한이 정지되면 나머지 6명 중 4명이 찬성해야 의결이 가능해진다.

현재 감사위원 가운데 이미현·이남구 위원은 윤 대통령 당선인 시절 문 전 대통령과 협의를 거쳐 임명됐다. 감사원 출신인 이남구 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역임했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인 이미현 위원은 현 정부 성향으로 분류된다.

김영신·유병호 위원은 윤 대통령이 임명했다.

따라서 최 원장 직무가 정지되면 감사위의 의결 구도가 3대 3으로 재편돼 주요 감사 보고서 의결이 사실상 중단되거나 사건 처분 결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감사원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소득·고용 통계 조작 의혹,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식 배치 고의 지연 의혹, 북한 감시초소(GP) 철수 부실 검증 의혹 등을 감사하고 있다. 통계 조작과 사드 배치 지연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황이다.

감사원은 전날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추진이 국가 고유의 공직 질서 유지 기능과 감사원의 헌법적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redfla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