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부모 둔 대입생들 학비 신청 놓고 고민…학비보조 '팹사'신청시 부모 불법 체류 공개 우려
[뉴스포커스]
가주내 불체 부모 가구 구성원 330만명
트럼프 추방 압박에 신청 건수 10% 하락
LAT "가족 운명 결정하는 선택의 기로에"
#한인타운에 거주한다면서 익명을 요구한 대학 입학을 앞둔 P양. 다운타운 매그넷 하이스쿨에 재학 중인 P양은 대학에 진학하면 영화를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학교 성적이 상위권인 P양은 UCLA를 비롯해 스탠포드대학, 코넬대학 등 명문 대학에 지원을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순조로울 것 갔던 P양의 대학 진학 꿈에 제동이 걸렸다. 연방 학자금 보조 무료 신청인 팹사 신청 과정에서 아버지의 소셜 시큐리티 번호 입력을 하지 못하면서다. P양의 부모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소셜 시큐리티 번호가 없다. 미국에서 태어난 P양은 "행여 부모의 소셜 시큐리티 번호 입력란을 공란으로 남겨 두면 추방되는 빌미가 될 것 같아 팹사 서류 작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학 진학의 내 꿈과 추방을 원치 않는 아빠의 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게 너무 힘들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P양이 다니는 학교엔 P양 처럼 불체자 부모를 둔 대입생들이 전체의 20%에 달한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구금과 추방 등 강력한 제재를 공약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이 이번 달 20일에 예정되어 있어 불법체류 부모를 둔 대입 준비생들은 연방 학자금 지원을 놓고 선택의 기로에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고 2일 LA타임스(LAT)가 보도했다.
LAT에 따르면 P양과 같이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불법 체류 신분의 부모를 둔 혼합 체류 신분 가구에 거주하는 가주민의 수는 약 330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대학 입학을 위해 팹사 등 연방 학자금 지원 신청을 앞둔 대입생들 상당수가 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신청 과정에서 부모의 불법 체류 정보가 단속 기관과 공유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불법 이민자 추방과 국경 통제를 총괄하는 톰 호먼은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획득한 자녀를 둔 불법 이민자라도 자녀와 함께 구금한 뒤 추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반이민주의자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도 취임 첫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펼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법 체류 부모들 둔 대입 준비생들은 팹사 신청을 망설이고 있다고 LAT는 전했다.
이는 팹사 신청 건수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전국대학진학네트워크(NCAN)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펩사 신청은 전년 대비 9.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들은 오는 3월2일까지 연방 학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42일 동안 불법 체류 이민자에 대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학 입학 카운셀러와 전문가들은 팹사 신청서에 담긴 정보들이 연방정부 타기관과 공유되는 일은 없지만 그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LAT는 불법 체류 부모를 둔 대입 준비생들이 연방 학자금 신청서를 제출하는 일은 불법 이민자 가정의 운명을 결정하는 지원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