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및 체포 놓고 찬반 대립 일상사
부부 가족에서 교회나 직장으로 확산
윤 대통령 체포 임박해 더 첨예해져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로 발전 우려
한국의 탄핵 정국이 LA 한인들의 일상을 바꿔 놓고 있다. 한국의 탄핵 정국을 놓고 LA 한인들 사이에 시각차가 드러나면서 찬반으로 갈리는 대립 양상을 보이는가 하면 한국 속보를 따라잡느라 밤잠을 설쳐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한인들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특히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영장 집행이 임박해지면서 의견 대립은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부부 사이는 물론 가족간에, 교회나 직장 등 각종 모임에서도 탄핵과 체포에 대한 의견 대립이 심화되면서 자칫 한국 탄핵 트라우마가 LA 한인들 마음 속에도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다.
LA한인들 사이에 윤 대통령 탄핵과 체포에 대한 찬반 대립은 윤 대통령 체포 재시도가 한국시간으로 15일 새벽에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더욱 날카워지고 있다.
한인타운에 직장을 둔 한인 김모씨는 매일 아침, 아내와 가벼운 설전을 벌이는 게 요즘 일과가 되었다고 했다. 내란을 저지른 윤 대통령이 비겁하게 시간을 끌고 있어 체포해야 한다는 아내에 김씨가 맞서는 형국이다. 김씨는 "요즘 한국 뉴스를 통해 접하는 윤 대통령 체포 소식을 놓고 아내와 의견 차이로 말다툼을 자주 벌이는 편"이라며 "아내는 평소 의견 대립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엔 아내는 야당편, 나는 여당편으로 갈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국에 대한 의견 대립은 그동안 한국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1.5세나 2세 자녀 세대들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젊은 여성 세대들이 야광봉을 흔들며 탄핵을 이끌어 내면서 시위를 주도하는 모습이 한국 정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인 윤모씨는 "직장을 다니는 딸과 대학생 아들도 윤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부모들이 자기들과 다른 의견을 내보이면 가차없이 반박한다"며 "애네들이 이렇게까지 반응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해 당황했다"고 말했다.
LA한인들의 의견 대립은 가정을 넘어서서 교회와 직장으로까지 확산되어 나타나고 있다. 한인타운 내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한인 박모씨는 "교회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면서 한국 탄핵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탄핵과 체포 찬성 의견을 말했다가 합석했던 장로와 크게 말타툼을 벌였다"며 "그 장로와는 당분간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하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한인들이 한국 정국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언론 매체와 유튜브를 통해서다. 문제는 LA와 한국의 시차다. 한국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는 대부분 LA 밤 시간이나 새벽 시간대이다 보니 밤잠을 설치는 LA한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이모씨는 평소 퇴근 후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먹으며 드라마나 영화보기가 취미였던 그는 평일 저녁에 뉴스나 유튜브만 본다. 이씨는 "현실이 시궁창이라고 생각하니 드라마도 영화도 재미가 없고 집중이 안 된다"며 "자꾸 봐도 답답하기만 한데, 새벽에 깨서 뉴스를 확인하는 일도 잦다. 숙면을 잃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찬반 대립에 따른 정서적 불안정성과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가 맞물려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관계기사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