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산타아나 바람→불티→언덕 지형→기후변화
[이슈진단 / LA 산불 빠르게 확산 5가지 이유]
작년 많은 비로 '잠재적 땔감' 역할 초목 증가
사막서 불어은 건조·강속 '헤어드라이어 바람'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불티'의 도미노 현상
통제 불능의 산불이 LA 곳곳을 휩쓸며 황폐화하고 있다. 미국에 오래 살아온 한인들도 이번 산불의 놀라운 위력에 "처음 당해보는 강풍 재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LA 역사상 최악으로 여겨지는 이번 산불로, 최소 3만1000에이커에 달하는 지면을 뒤덮었으며, 수십만 명에게 강제 대피령이 내려졌다. 아울러 최소 2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건물 1만여채가 잿더미로 변했다.
다소 진정되는가 했던 강풍이 다시 몰려오면서 진화 작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되레 LA 내부지역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불안감에 휩싸이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LA 산불은 왜 이토록 강렬하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일까.
BBC방송은 이번 산불의 빠른 확산 이유를 5가지로 정리했다.
▣화재 키운 지난해 폭우
일부 전문가들은 엘니뇨로 인해 지난 2024년 폭우가 이번 겨울 화재를 키운 것으로 분석했다. 위험이 커졌다고 말한다.
한 연구원은 "화재 발생 전후 강우량이 높아지면 초목이 대폭 자라게 되고, 이는 잠재적인 땔감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습한 날씨와 건조한 기간이 겹치면서 "산불이 퍼지기 완벽한 조건"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매우 습했다가 건조해지는 날씨 변화를 '수문기후 채찍질(hydroclimate whiplash)'이라고 부른다. 이같은 수문기후 채찍질 현상은 20세기 중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발생 위험이 대폭 증가했다.
▣불길 부추기는 '산타아나 바람'
이번 산불의 가장 큰 원인으로 산타아나 바람을 꼽지 않을 수없다.
LA 서쪽 산간 지역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타고 불길은 빠르게 몸집을 키웠고, 건조한 초목을 땔감 삼아 산타모니카 인근의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을 집어삼켰다.
산불이 일어나려면 '점화', '불길이 태울 물질', '공기 중 산소' 등 3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사막에서 불어오는 빠른 바람으로 인해 이번 산불은 더 강렬했다.
'산타아나' 혹은 헤어드라이어 바람으로 알려진 이 바람은 극도로 건조하고 속도도 빨라서 불이 붙자마자 이 바람을 타고 커지게 되고, 빠르게 확산한다는 지적이다.
▣'불티' 한 개로 불바다
강한 바람은 비단 불길을 부채질할 뿐만 아니라 불티를 옮기는 역할도 한다. 불씨는 산불 발생 시 건물 등 구조물 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요소다.
도로나 건물 등 불길을 방해하는 것들은 존재해도, 불씨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바람은 불타는 초목에서 불티가 튀며 이곳저곳 옮겨 다니게 한다. 이에 불과 몇 미터 앞에서 새롭게 불이 옮겨붙을 수도 있고, 몇 마일 떨어진 전혀 다른 곳에 새롭게 불이 시작될 수도 있다.
실제로 불티가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해 주택 주변의 틈새나 관상용 초목에 떨어져 주택이 불길에 휩싸이기 일쑤다.
확산하는 불길로 인해 새롭게 발생되는 불씨는 바람을 타고 일종의 도미노 효과가 나타낸다
▣언덕과 협곡 지형
언덕이 많은 LA의 지형도 산불 위험성을 높이는 요소다. 전문가들은 "불은 오르막길에서 매우 빠르게 확산한다"고 "협곡, 계곡과 같은 지형에서는 산불 진압이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대피도 더 힘들어진다. 팰리세이즈 지역의 좁은 산비탈 도로로 인해 대피하기 더욱 힘들다고 지적된 바 있다.
▣총체적 악조건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러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단순히 날씨가 더 더워지거나 건조해지는 게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습하고, 바람 불고, 덥고, 건조한 기후 등 여러 조건이 한꺼번에 닥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제로 미국은 기후 변화로 인한 산불의 위험 및 심각성은 증가하고 있다. 미 '국립 해양대기청'은 "더운 날이 많아지고, 가뭄이 길어지고, 대기가 건조해지는 등 기후변화는 미 서부 지역의 산불 발생 혹은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한다. 여름이 매우 덥고 최근 몇 달간 강우량이 캘리포니아는 특히 산불에 취약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남가주에서는 보통 5~10월에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개빈 뉴섬 주지사는 이제는 더 이상 특정 시즌에만 산불이 일어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산불이 ㅣ발생하는 특정 몇 달은 없다. 일 년 내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