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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러시아 측근 영향 가능성 vs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불만은 지론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용감한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또한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끔찍하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3년 만에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인식이 급변한 셈이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는 친(親)러시아 성향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변에 포진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J.D. 밴스 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기 전부터 고립주의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밴스 부통령은 2022년 2월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에게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개입해 미국인들이 죽고, 전쟁의 수렁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 군인의 시체팔이로 먹고사는 혐오스럽고 거대한 부패 세력"이라고 공격했다.
머스크 CEO는 예전에도 우크라이나를 향해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양도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국 내 18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의 털시 개버드 국장도 러시아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 인물이다.
개버드 국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중립국으로 유지해야 한다면서 러시아와 동일한 주장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진행자는 지난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인물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 변화에 영향을 줬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측근들을 주변에 둔 것이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미국에 무기와 재정지원을 요구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세일즈맨"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협상을 거부하는 그에게 계속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다"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백악관에 복귀하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을 타결시켜 전쟁을 끝내겠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