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내 생산기지 활용한 무관세 대미수출 차단도 시사
"달러파괴 거론만 해도 관세 150%"…농담기 섞어 "내가 3선 출마 해야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전세계를 상대로 부과할 신규 관세로 세수가 확대되면 미국은 소득세를 폐지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공화당 주지사협회 만찬 행사에서 "관세로 많은 돈이 들어올 것이라고들 한다"며 "소득세 시스템을 보유할 필요가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상호 관세'와 자동차·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를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또 어느 국가인지를 특정하지 않은 채, 연간 한 나라의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통해 최소 600억 달러(약 86조원)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 장벽을 통한 보호주의 무역을 추구했던 윌리엄 매킨리 전 대통령(1897∼1901년 재임)을 거론하며 "매킨리는 '관세 사나이'였으며, 그는 다른 나라가 들어와서 약탈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에 입각해 멕시코 내 생산 기지를 통한 무관세 대미 수출을 해온 제3국 기업들에 '경고' 메시지도 냈다.
트럼프는 "그들은 우리의 디트로이트(미국의 자동차 생산 중심지)를 죽이고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반대 상황이 됐다"며 멕시코를 통한 우회 대미 수출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 등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언급이었다.
그는 또 캐나다를 겨냥, "그들은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목재, 석유, 가스 등에 대해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며 "그들은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국가든 간에 '달러 파괴'(달러의 기축 통화 지위 붕괴를 의미)를 거론만 해도 (그 나라에) 150%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그린란드를 지켜보고 있으며, 파나마 운하를 반환 받아야 한다"고 재차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흑인 역사의 달(2월)' 리셉션에서 참석자들에게 농담기를 섞은 어조로 "내가 다시 출마해야 하나"라며 "논쟁이 있다"고 말했다.
헌법 개정을 요하는 대통령직 3선 도전에 대해 또 한차례 미묘한 언급을 한 것이었다. 수정헌법 22조에 따라 미국 대통령은 재선까지만 할 수 있기 때문에 2017∼2021년 집권 1기에 이어 재선 임기를 지난달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2028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자들이 "4년 더"를 외치며 화답하자 기분이 좋은 듯 웃음을 보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대통령직 수행은 내 생애 최대 영광이 될 것"이라며 "한번이 아니라 두 번, 또는 세 번이나 네 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흑인 역사의 달 행사에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흑인 민권 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질녀인 알베다 킹 등이 초청됐다.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