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중국 추가 관세만 104%…한국무역협회 "최대 관세율 128% 전망"
中 "끝까지 싸울 것"…외신 "양국 간 비공식 대화 채널도 막힌 듯"
미중 정상 간 자존심 건 대결 양상…극적 협상 타결 가능성에 세계 각국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맞불 관세' 부과를 예고한 중국에 대해 '50% 관세 추가'라는 또다른 위협 카드를 내밀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관세폭탄 공방 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두 초강대국 간 무역전쟁 전면충돌 가능성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는 여파 속 일각에서는 양국 간 비공식 대화 채널마저 작동하지 않고 있어 협상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8일 AP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중국을 상대로 매기겠다고 발표한 추가 관세만 104%에 달한다.
지난 2월과 3월에 각각 발표된 추가 관세 20%(10%+10%)에 지난 2일(현지시간) 예고된 상호 관세 34%, 그리고 이번에 새로 언급된 50%를 더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의 34% 상호 관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예고한 34% 대미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다시 중국에 대해 5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지난 7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오는 9일로 예정된 상호관세 발효일에 일련의 '엄포'가 모두 실현되면 미국의 대(對)중국 평균 관세율은 최대 120%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던 기존 최혜국대우(MFN) 단순 평균 관세율은 3.3%이며, 트럼프 1기 때부터 바이든 정부 때까지 추가 부과된 평균 관세율은 20.8%(품목별로 다를 수 있음)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이전에 예상된 최대 78.1%에 50% 추가 관세까지 발효되면 산술적으로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최종 과세율은 128.1%까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50% 추가 관세'라는 트럼프 경고가 나오기 전부터 경제전문가들을 인용해 '70%대 관세율'을 지적한 바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무역 전문가 채드 바운은 WSJ에 "중국에 대한 상호 관세 34% 부과에 따라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평균 관세율은 약 76%까지 올라갔다"면서 "이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처음 발발하기 이전과 비교하면 20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같은 관세율은 사실상 미국이 양국 간 교역을 포기한 수준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한 고위 경제학자는 "중국과의 '전략적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이렇게 최대한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협상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8일 '압박과 협박은 중국을 상대하는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조간 사설을 통해 미국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면서 자국의 보복 조치를 옹호했다.
인민일보는 "중국의 반격 조치는 정당한 이유가 있으며, 합리·합법적이고, 강력하고 절도가 있다"면서 "미국 측 상호 관세는 결국 강권정치이며, 미국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8일 홈페이지 담화문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50% 관세 추가 인상 위협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기류 속에서 앞으로도 양국이 계속 강도 높은 관세폭탄 보복 조치를 주고받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단기간에 협상을 시작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식 채널 같은 외교 방식을 고수하는 중국 간에 접점이 돼줄 협상 채널마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주미 중국대사였던 추이톈카이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의 연결고리가 돼 줬지만, 2기 행정부와는 그런 채널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WSJ는 짚었다.
셰펑 주미 중국대사가 중국 내 최대 생산공장을 가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지난 2월 유엔 회의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해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만남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이 한 치 양보도 없이 강대강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연임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자존심을 건 대립 양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자신이 포문을 연 관세전쟁으로 전 세계 증시가 역대급 폭락을 기록하고 경기 침체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 사람들은 미국을 위한 관세가 매우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입장을 따로 발표한 건 아니지만, 관세전쟁이 오히려 중국에는 강대국으로서 영향력을 키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일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관세를 얻어맞은 세계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기회를 제공했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중국이 미국의 이번 상호관세 부과로 "황금 같은 기회"를 얻었다고 짚었다.
두 지도자 모두 협상을 위해 낮은 자세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전 세계가 양국 간 극적 협상 타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CMP는 양국 간 강경한 태도 속에서 대화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맥쿼리그룹 래리 후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신속한 보복은 협상에 서두를 의도가 없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면서 "중국의 협상 문은 닫히지 않았다"고 짚었다.
상하이 금융발전연구원의 샤오위 이사는 "양국 간 협상의 여지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시간이 얼마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