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인재 뽑아가기’ 전쟁 중인데…

[뉴스포커스]

지난해 美 고급인력취업비자 5800명 미국행
7년만에 최대…지난 3년간 연속 5천명 넘어
AI시대 고학력·고숙련 ‘두뇌 유출’ 심화 우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인공지능(AI) 등 전략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재 유치에 지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인재들이 연간 5천명 이상씩 미국으로 빠져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매일경제가 김종민 무소속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미국 국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급 인력 취업 이민비자(EB1·EB2)를 발급받은 한국인은 584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6100명 이후 7년 만에 최대 규모다.
EB1·EB2는 반도체 엔지니어, 의료인 등 주로 과학기술 부문 고학력·고숙련 인재들에게 가족까지 포함해 영주권을 가질 기회를 주는 비자다. 2021년에는 코로나 여파 등으로 EB1·EB2 비자 발급 인원이 3318명까지 줄었으나 이후 3년간 연간 5000명 이상의 고급 인력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 때문에 한국의 ‘두뇌 유출’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한국에서 유독 고급 인력 유출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비자 발급 인원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11.3명으로 집계됐다.
일본은 0.66명에 불과했고, 중국과 인도는 각각 0.96명, 0.88명이었다. 상대적으로 인력 유출 규모가 큰 대만(6.41명)·싱가포르(3.33명)도 한국보다는 현저히 낮았다.
그렇다면 한국 인재들이 너도나도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핵심 인재에 대한 낮은 보상 구조, 국가 차원의 인재를 관리할 컨트롤타워 부재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서울대의 한 전문 교수는 “AI 시대 개막과 함께 1명의 핵심 인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을 글로벌 각국과 기업들이 실감하는 상황”이라며 “경직된 노동 시장과 연공서열 중심의 해묵은 보수 체계, AI 등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낮은 위상 등은 핵심 인재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고 지목했다.
이와관련 정부는 해외 인재를 유치해 국내 인재 유출을 상쇄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K-테크 패스’ 프로그램을 신설, 해외 인재들에게 입국·체류에서 최상의 혜택과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최대 10년간 근로소득세 50%를 감면하고, 자녀의 외국인학교 정원 외 입학을 허용했다.
그러나 성과는 신통치 않다
정부가 해외 인재 유치 프로젝트로 2030년까지 1000명의 해외 인재를 유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 석 달간 비자 발급 건수는 21건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대학 교육 시스템, 인재 확보 정책, 이공계 보상 체계 개선, 도전적 연구개발(R&D) 체계 확립 등 복합적이고 파격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