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투기 엔진, 미사일 날개 등 핵심요소…전투기 한대에 400㎏ 필요
중국, 사실상 공급망 독점…수출 통제 통해 가격도 좌지우지 가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미국의 세계 최강 군사력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맞서 중국이 수출을 통제한 희토류가 미국의 첨단 무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일단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희토류는 미국의 다양한 무기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희토류는 전기 모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자석의 핵심 재료로 전투기와 전함, 미사일, 탱크, 레이저 등에 두루 사용된다.
전투기 엔진을 점화하거나 비상 전원을 공급하는 데에도, 탄도미사일이 정밀 폭격을 할 수 있도록 꼬리날개를 조정하는 데에도 희토류 소재로 만든 자석이 사용된다.
현대전의 핵심으로 떠오른 드론의 소형 전기모터를 만드는 데에도 마찬가지다.
비행기 제트 엔진의 터빈이 비행 중 고열에 녹아내리지 않도록 단열 코팅을 하는 데에도 이트륨이라는 희토류가 사용된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F-35 전투기 한 대를 만드는 데 900파운드(약 400㎏) 안팎의 희토류가 들어간다.
잠수함의 경우 많게는 9천200파운드(약 4100㎏) 넘는 희토류가 필요하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시장의 독점 공급자 지위에 있다.
NYT에 따르면 지난 4일 수출 통제 조치에 들어간 6개 중희토류(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는 사실상 중국에서만 정제된다. 희토류 자석 역시 중국산이 90%를 차지한다.
희토류가 이름처럼 정말 희귀해서라기보다 채굴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환경 오염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한때는 캘리포니아주의 패스 광산에서 직접 희토류를 채굴해 자국산 무기에 사용했다.
1980년대까지는 미국이 전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었지만,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2002년 폐광한 이후 중국이 그 자리를 넘겨받았다.
이제 중국은 희토류의 채굴만이 아니라 그 이후의 공급망까지 시장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희토류 공급을 자의적으로 통제함으로써 미국의 무기 가격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수준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의 이번 수출 통제는 정부의 특별 허가를 거치면 반출이 가능하도록 한 정도지만, 국가별 반출량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식으로 수위를 높일 여지도 남아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요 광물 안보 프로그램 이사인 그레이슬린 바스커런은 "중국의 이번 결정은 우리의 국가 안보에 매우 중대하다"고 말했다.
NYT는 "굳이 상기시킬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중국이 미 국방력의 중국 의존성을 상기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중국이 2010년 일본과의 어업 분쟁이 격화하자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 일을 계기로 경각심을 느끼고 '희토류 독립'을 모색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재임기인 2017년 자국 내 희토류 생산을 독려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행정부도 이 기조를 이어받아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폐쇄됐던 패스 광산도 재가동했다.
이제 과거에 비하면 많은 양의 희토류를 비축해 두고 있지만, 여전히 군의 수요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전역의 방위산업체가 비축한 희토류를 통틀어도 수개월 분량에 그치는 정도라고 NYT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